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탕롱(昇龍), 사돈의 나라 베트남


전대주


탕롱.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옛 이름이다. 과거 한자 문화권에 속했던 베트남에서 '승천하는 용(昇龍)'을 부르는 말이다. 수도의 이름을 이와 같이 지을 만큼 베트남은 용을 숭상한다.


지리적 이점·연 5% 경제 성장 매력

동남아 지도를 펴보면 베트남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등뼈에 해당한다. 마치 인도차이나 반도에 웅크리고 있는 용이 승천하려는 모양새다. 베트남은 지정학·지경학적으로 중국과 동남아를 잇는 교차로에 있다. 갈수록 베트남의 잠재력이 주목받는 한 요인이다.

베트남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1986년 '도이모이'로 잘 알려진 개혁에 착수한 이래 연 7%대의 고성장을 계속해왔다. 전세계적인 금융위기 여파로 성장세가 다소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연 5% 이상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베트남의 발전 배경에는 실용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사회주의를 유지하되 시장경제와 국제사회에의 통합을 양대 기치로 개혁과 개방에 나섰다. 외국인 투자 기업의 끊이지 않는 베트남 진출은 베트남의 장래에 대한 국제 경제계 인식을 반영한다. 아직 닫힌 사회주의에 집착하는 북한에 베트남은 가야 할 길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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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외교에도 능하다. 중국과는 국경을 맞대고 2,000여년 이상 갈등과 공존의 역사를 지혜롭게 이어왔다. 미국과는 전쟁의 과거를 뒤로하고 포괄적인 동반자로서 관계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일본·러시아·인도 등 주요국가도 베트남을 중시하는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은 우리와 각별하다. 사돈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신부는 5만명에 달한다. 베트남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인 사위가 5만명인 셈이다.

경제 관계 역시 가깝기 그지없다.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3,000개가 넘는다. 한국은 베트남 내에서 1~2위를 다투는 투자 대국이다.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지난해 280억달러에서 올해에는 300억달러를 무난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개발협력은 두 나라 간의 미래를 보여준다. KOICA가 지원하는 'V-KIST' 설립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베트남의 산업화 과정에서 과학기술 개발을 선도해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해나갈 베트남 판 KIST를 설립하는 사업이다.

수교한 지 22년된 한국과 베트남은 그 어느 나라보다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중국에 이어 세 번째 양자 방문국으로 베트남을 택한 박 대통령을 베트남 지도자들과 국민들은 따뜻하게 맞이했다. 한국과 베트남 정상 간 회담에서 올해 한·베 FTA 타결, 대형 인프라 건설 협력과 같은 굵직굵직한 성과들이 도출됐다.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의 손톱 밑 가시를 해소하는 데도 성의를 보였다.

개발협력 통해 함께 가치 창출을

다음 달 1~4일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한국을 찾는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 당정 지도부를 이끄는 서열 1위의 인사다. 사돈의 나라 베트남에서 오는 손님이라 더없이 반갑다. 승천하는 용을 지향하는 베트남과 역경을 헤치고 개발을 일궈낸 한국 간에는 나눌 것이 많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베트남 방문시 베트남의 국부(國父) 호찌민 주석의 좌우명을 인용해 양국 간 신뢰 관계를 단적으로 표현했다. "변하지 않는 것으로 모든 변화하는 것에 대응한다"는 명언이다. 변화무쌍한 국제정세를 헤쳐나가는 혜안이라 할 수 있다.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이번 한국 방문에서 두 나라가 변하지 않는 우정과 신뢰로 양국 관계를 함께 열어가는 지혜를 나눌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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