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 증안책발표 장세영향/하락세 저지 버팀목 기대

◎외국인 한도확대·주식액면 분할로/‘고질병’ 수급불균형 상당부분 해소/“알려진 내용”… 투자회복 약효의문/기아사태 해결· 정국안정 관건 될듯외국인 주식투자한도 추가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주식시장 안정화 조치는 기아그룹사태 장기화 및 김대중국민회의 총재의 비자금 파문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증시를 회복시키기보다는 급락장세를 저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조치가 증시를 부양하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증시 안정화 조치로 주식시장의 고질병인 수급불균형이 상당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안정에도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최근 원화의 가치가 급락세를 보이고 기아사태에다 비자금파문까지 겹쳐 경제와 정국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외국인투자한도를 확대하고 주식양도차익을 비과세한다고 해서 외국인매수세가 되살아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이번에 발표된 조치들이 대부분 알려졌던 내용으로 주식시장에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점도 이번 증시안정책의 약효를 의심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결국 이번조치는 투자심리 호전에는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본격적인 증시회복을 위해서는 기아사태해결이나 정국과 자금시장의 안정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벤처기업에 적용되고 있는 주식액면분할 제도를 일반기업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과 중간 배당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 등은 종목별 주식 유동성을 높여주는 효과와 함께 투기적 매매에 주력하던 국내 주식투자자들의 투자패턴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 추가확대=이번 증시 안정조치에서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를 현행 23%에서 26%로 확대한 것은 주식시장의 고질병인 수급불안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창희 대우증권상무는 이와 관련, 『현재 외국인 투자한도가 소진된 핵심우량주를 비롯 외국인 선호도가 높은 종목들을 중심으로 1조5천억∼2조원의 투자자금이 신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들이 ▲미달러화 대비 원화환율 약세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신용도 저하 ▲대기업의 잇단 부도 등으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이려 한다는 점에서 신규 투자자금 유입 규모는 기대보다 크게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 주식양도차익 비과세 및 배당소득 영세율 적용=이번 증시안정조치에서 일본 및 독일 투자가 등을 주요 대상으로 외국인 주식양도차익 비과세를 적용하면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 관심을 기울여왔던 일본투자가들의 투자자금 유입이 기대된다. 그러나 일본의 주식시장이 최근 장기 침체된 상황인데다 해외 이머징마켓에 운용중인 투자자금도 동남아 국가의 외환불안정으로 큰 손실을 입은 상태여서 유입규모는 당분간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이와 관련, 일본의 투자신탁회사 및 연기금 등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규모와 이를 해외주식시장에 운용하는 투자비율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주식시장에 장기적으로 1천5백억∼2천억엔(1조1천억∼1조8천억원)의 자금을 투자할 것으로 추정했다. ◆주식액면분할=액면분할은 해당기업 주가가 지나치게 높아져 유동성이 둔화돼 있는 경우 주당 가격을 낮춰 소액투자자들의 수요를 북돋우는 효과가 있다. 시장성과 환금성을 높여 적정주가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우 90년대들어 네번의 액면분할을 실시했으며 액면분할 이후에도 회사의 성장성을 반영, 지속적으로 액면분할 전의 주가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코스닥 등록종목인 씨티아이반도체도 지난 8월27일 액면분할 검토소식이 알려지자 침체장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최고 45.9%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액면분할에 따른 수혜종목군은 ▲고가이면서 거래량 부진종목 ▲저PER주, 즉 상장주식수가 적고 주당순이익이 높은 종목 ▲성장성이 우수하여 중장기적으로 주가상승이 가능한 종목 등이다. 동서증권과 산업증권은 구체적인 수혜종목군으로 ▲SK텔레콤 ▲태광산업 ▲삼성화재 ▲미래산업 ▲에스원 ▲롯데제과 ▲고려제강 ▲삼화전자 ▲삼영전자 ▲롯데칠성 ▲한국단자 ▲남양유업 ▲동방아그로 ▲비와이씨 ▲영풍 ▲성미전자 ▲신영와코루 ▲대상공업 ▲카르로락탐 ▲팬택 ▲대덕산업 ▲다우기술 ▲대한화섬 ▲디아이 등을 지목했다. ◆중간 배당제 도입=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중간배당제는 투자자들의 건전하고 장기적인 주식투자 패턴을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된다. 김경신 대유증권이사는 『국내 상장기업의 경우 주주에 대한 배당을 인색하게 함에 따라 장기 투자자들에게 불신을 높이는 원인을 제공했다』며 『이번에 중간 배당제가 도입됨에 따라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보다 높은 배당을 제공할 가능성이 커져 배당수익을 겨냥한 장기 투자 패턴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다가 이번 조치에서 중간배당과 함께 주식액면분할이 병행 도입됨에 따라 액면분할로 주식가격이 하향 조정되면 자연스럽게 주식유통가격에 보조를 맞추는 고배당 풍토가 정착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형기 기자>

관련기사



김형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