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책금융공사는 지난 19일 민자 도로사업인 구리~포천 고속도로의 금융주선(산업ㆍ기업은행 공동주선)을 우여곡절 끝에 성사시켰다. 이 프로젝트는 민간투자비(1조7,042억원)와 금융주선 규모(1조4,539억원)에서 보여주듯이 민자 도로사업 역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규모가 큰 만큼 민간 자금을 끌어들여 사업을 진행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민간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정책금융공사가 선택한 방식은 재무적투자(FI)였다. 정책금융공사가 직접 투자수익을 목적으로 942억원을 출자하면서 민간 금융기관의 투자도 이끌어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구리~포천 고속도로 사업은 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책금융공사가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의 활성화를 위한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국가 기반시설인 도로, 철도, 항만, 환경시설, 물류, 교육ㆍ문화시설, 군주거 및 전력시설 등은 경제 발전에 필수적인 분야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SOC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요자금 규모가 큰데다 사업기간이나 투자자금의 회수기간이 길어 투자유치가 쉽지 않다. 더구나 민자 SOC에 대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가 폐지되면서 사업수익률마저 떨어지자 민간 금융기관들은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형국이다. 진영욱(사진)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SOC 사업 수요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는 주춤한 상황"이라며 "공사가 선도적으로 투자하는 등 SOC 자금조달을 활성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리~포천 고속도로 SOC를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공사가 2,691억원의 재무적 투자자 모집을 주도했다"면서 "최소운임수입보장이 없는 민자 사업은 재무적 투자자를 모집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사업타당성은 인정되지만 민간 금융기관만으로는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에 정책금융공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금융자문과 주선 업무를 하고 한편 재무출자자로도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진 사장은 "민간 금융기관의 참여를 유도하고 침체된 민자시장을 활성화하는 구원투수 역할 수행하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성과는 컸다. 정책금융공사는 2009년 10월 창립됐지만 최근까지 2년간 42개 프로젝트에 2조2,767억원을 지원했다. 구체적인 지원 분야를 보면 장기간 지연된 도로나 철도 등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은 6건에 4,892억원에 이른다. 또 민간 금융기관의 참여가 부족했던 교육ㆍ병영시설에도 지원이 이어졌다. 2009년 한국폴리텍대학 기숙사(285억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6곳에 2,415억원을 지원했다. 산업단지에 대한 집중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충북 보은 일반산업단지(500억원) 등 올해만 3개의 산업단지에 2,200억원을 지원했다. 진 사장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민간 금융기관은 지방산업단지 조성사업에 투자를 꺼리고 있다"면서 "산업단지 조성은 지방경기를 살리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사는 용인 흥덕 지식산업센터 등 4곳에 1,782억원, 발전시설 및 신재생에너지사업 프로젝트에도 그동안 2,134억원(7건)을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