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규제로 카드업계가 수익성 악화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일부 후발주자들을 중심으로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마진을 포기하면서까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겠다는 것인데 이에 따라 과당경쟁 양상은 보다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씨티카드는 최근 2~4개월 자동무이자 할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모든 가맹점을 대상으로 씨티카드는 5만원 이상 결제금액에 대해 2~4개월 무이자 할부서비스를 제공한다. 카드사가 제공하는 무이자할부 서비스는 대부분 특정 가맹점에 한정되지만 씨티카드는 그 경계를 허물었다.
전가맹점 무이자할부 이벤트는 수익성이 나빠 한동안 카드업계에서 자취를 감췄던 서비스다. 금융 당국 역시 과당경쟁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카드사에 자제를 요구할 정도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전가맹점 대상의 무이자할부 서비스는 덩치를 키우는 것 외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보면 된다"며 "아마도 카드사 중 해당 서비스를 실시하는 곳은 씨티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카드가 낮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해당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은 카드사업 구조 자체에 균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씨티카드는 규모에 비해 카드론ㆍ현금서비스 등 대출사업 비중이 높다. 그러나 최근 카드론ㆍ리볼빙 등 대출금리가 잇따라 인하되면서 경쟁력이 크게 위축됐다. 쉽게 말해 대출사업에서 줄어든 비중만큼 신용판매에서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씨티카드의 리볼빙 관련 수익은 1,136억원으로 KB국민카드(1,909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카드사 관계자는 "씨티카드는 신용판매보다는 대출사업에서 얻는 이자수익 비중이 상당히 높은 곳"이라며 "여기서 줄어든 수익감소분을 만회하기 위해 역마진을 감안하면서까지 신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과당경쟁이 더한 강도의 출혈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수시장에 한정된 카드업계는 그동안 한 카드사가 공격적 영업에 나서면 대열에 동참하는 양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한 카드사에서 공격적으로 나오면 나머지 카드사는 대응을 안 할 수가 없다"며 "이는 결국 과당경쟁으로 이어지고 카드사의 수익구조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