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내비게이션 판매원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유씨는 '공짜'라는 말을 듣고 방문을 허락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유씨를 찾은 3명의 판매원은 '카드론 대출 400만원을 받아 입금하면 480만원 어치의 무료통화권을 주겠다'고 설명했다. 설명하는 동시에 판매원 중 한 명은 유씨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이미 내비게이션을 설치했고, 그들은 한 번 설치된 제품은 반품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카드론 대출을 받을 생각이 없었던 유씨였지만 어쩔 수 없이 400만원을 내놓게 됐다. 판매원들이 480만원이라고 주장했던 무료통화권은 사용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쓰기도 어려웠다. 유씨가 해약을 요구하자 판매원들은 "위약금 190만원을 내라"며 배짱을 부렸다.
이 같이 내비게이션을 무료로 설치해 주겠다거나 공짜로 통화할 수 있게 해준다며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17일 한국소비자원(원장 김영신)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월부터 올 5월까지 접수된 관련 소비자피해 433건을 분석한 결과 보상을 받은 사례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3.9%(190건)에 불과했다. 보상을 받은 경우라도 내비게이션을 설치한 비용을 과다하게 청구해 이미 지불한 금액의 20~40%에 달하는 과도한 위약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무료통화권을 미끼로 한 내비게이션 상술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2008년 72건에서 2009년 85건, 2010년 125건, 지난해 106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는 5월까지 45건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4% 증가했다.
특히 문제가 된 내비게이션 판매업자들은 카드사에 청약철회를 요구할 수 없게끔 카드 결제 대신 카드론 대출을 받아 현금으로 결제하도록 유인하거나 신용조회를 한다며 카드 정보를 캐낸 후 소비자 동의없이 카드론 대출을 받는 등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방문판매로 내비게이션을 구매할 때는 무료로 장착해준다거나 무료통화권을 제공한다는 상술에 속으면 안 된다"며 "청약철회 조건을 비롯한 계약서 내용을 반드시 확인하고 신용카드 번호나 주민등록번호를 절대로 알려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한 계약을 할 때는 가급적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해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