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일본 내각부는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분기 대비 연율로 2.6% 신장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지만 시장 예상치(3.6%)는 크게 하회한 것이다. 내각부는 1ㆍ4분기 성장률도 연율 4.1%에서 3.8%로 하향 수정했다.
항목별로는 민간소비가 엔저 및 소득증대 등에 힘입어 전분기보다 0.8% 늘어나며 2ㆍ4분기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민간소비는 전문가 예상(0.5%)보다 호전되며 3분기 연속 증가했다. 반면 기업투자는 0.1% 감소해 6분기 연속 줄어들면서 기업들이 아직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성장률 발표 직후 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 브레인'으로 꼽히는 혼다 에쓰로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GDP 성장세가 미약해 증세시점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는 오는 9월로 다가온 소비세 인상 결정을 보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시가와 마사유키 메릴린치일본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성장기조를 유지했지만 증세에 충분하지는 못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아베 총리의 경제자문인 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 역시 소비세 인상이 현재 초입단계인 성장을 지체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본은 심각한 재정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내년 4월 현행 5%인 소비세율을 8%로 높이고 2015년 10월에는 10%로 끌어올리겠다고 국제사회와 약속했다. 그러나 경기회복이 미약한 상태에서 소비세율을 올릴 경우 경제성장의 동력인 소비마저 위축돼 일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소비세율을 5%로 인상했던 지난 1997년에도 심각한 경제위축을 경험했다.
하지만 역대 최고 수준인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 역시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아베 정권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가 도입된 뒤 빠르게 증가, 6월 기준 1,000조엔(약 1경1,513조원)마저 돌파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에 미칠 충격을 줄이면서도 증세에 성공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연 1% 등의 점진적인 소비세 인상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베노믹스의 두 개의 축은 통화완화 정책과 재정긴축 정책"이라며 "아베 정권이 증세로 중기 재정적자를 줄이면서도 경제성장을 유지해야 하는 보다 힘든 과제에 맞닥뜨리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