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저축 증대로 경제 회생을”/은행연합회 이동호 회장(월요초대석)

◎과소비억제 「건전생활 캠페인」도 전개/합전법 시행돼도 인위적 합병 없을것/규제완화 관련 은행권 의견수렴 정책반영 최선□대담:이병완 정경부장 이동호 은행연합회장은 요즘 분주하다. 취임 후 한달이 지나 신임인사 일정도 대부분 마쳤지만 이회장의 발걸음은 여전히 바쁘게 이어지고 있다. 이회장은 선임 후 계속된 금융계 안팎의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신용정보관리체계의 효율화를 통한 금융산업 전체의 공동 발전방안 ▲은행산업의 선진화 ▲저축증대, 과소비억제 운동 전개 등 세가지를 우선 추진할 과제로 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회장이 회장을 겸임하는 저축추진중앙위원회가 저축증대뿐 아니라 범국민적인 소비건전화 운동을 주도하도록 기능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절약정신과 저축증대 유도, 금융기관 선진화, 신용사회의 조기 정착을 위해 발로 뛰는 향도역을 자처하는 이은행연합회장을 만나봤다. ○은행간 경쟁 심화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금융환경도 급변하고 있는 어려운 시기에 은행연합회장직에 선임됐습니다. 특히 내년에는 개정된 은행법과 금융기관 합병전환촉진법(합전법)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금융계에선 은행간 합병이 곧 일어난다는 불안감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데 은행산업의 현안과 대처방안에 대해 짚어주시지요. ▲은행경영 혁신과 경쟁력 강화노력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금융의 자율화·개방화·겸업화가 급속히 추진되면서 국내외 금융기관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린다면 길이 열릴 것이라 확신합니다. 은행법과 금융기관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 취지도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부실채권이 많고 규모도 작은 국내 은행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어야 금융산업 전체가 살아날 것입니다. 은행연합회는 두개 법률의 개정안 성안과정부터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고 앞으로도 법시행상에 있어서 은행산업이 이익을 얻도록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개인적 견해지만 합전법이 효력을 갖게 되더라도 당장 인위적인 합병은 없을 것입니다. 일본도 68년에 합전법을 제정했지만 이 법을 적용한 사례는 최근에야 발생했습니다. 은행간 합병이 이루어진다 해도 현재와 같이 어려운 경제상황에 별다른 도움이 안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필요와 자율에 의한 합병과 대형화, 효율화를 이루는 여건을 성숙시키는게 중요합니다. ­경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살길은 절약과 저축뿐인데도 과소비풍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저축률도 계속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저축추진위회장으로서 계획이 있습니까.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습니다. 은행연합회장은 저축중앙추진위원회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는데요. 저축추진회는 내년말을 시한으로 해산되도록 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71년 발족한 이래 국민저축 증대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지만 88년 개정된 법률에서 내년말까지만 존속하도록 되어 있는 거죠. 법 개정이 있던 88년 당시에는 10년 후인 현재에 이르면 저축률이 투자율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던 겁니다. ○저축추진위 존속 하지만 그동안 UR체제 출범 등 변수가 발생, 아직도 국민저축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이상 저축의 기능은 더욱 중시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저축추진위를 존속시켜 범국민적인 저축증대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축증대뿐 아니라 소비절약 운동까지 병행한다면 경제회생의 버팀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내년부터 건전생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관계 당국과 금융기관들을 설득해 저축추진위를 존속시키고 기능을 확대, 발전시킬 예정입니다. 이를 통한 저축증대, 소비건전화는 내년 역점사업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규제완화를 계속 추진해 오고 있으나 미흡하다는 시각도 많습니다. 관치금융이 사라지지 않아 외국은행과 같은 효율을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관치금융이란 용어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용어를 정의하자면 정책적 금융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국내은행들의 경우 중소기업의무대출비율 등 정책금융이 많은 편입니다. ○저축추진위 존속 개인적으로 직원의 자질이나 열의로 볼 때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외국은행에 비해 효율이 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생산성 지표가 뒤지는 것은 사실이죠. 며칠전 외국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분을 만났는데요. 우량기업에 대해서는 실무자가 전화 한통화로 수백억원씩 대출한다고 들었습니다. 반면 국내은행들은 정책적으로 중소기업와 가계대출 등으로 외국은행과 비슷한 효율을 내기 어렵도록 되어 있어요. 대출금리가 같다 하더라도 코스트가 훨씬 낮은 셈이죠. 이를 관치금융의 폐단으로 모는 것은 적당치 않습니다. 규제완화도 이같은 비효율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자율화와 규제완화를 추진할 때는 경제 안정과 성장, 균형 발전 등 상위 경제목표의 실현과 조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책당국과 은행의 시각 차이가 발생하거나 규제완화가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발로 뛰며 은행권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은행연합회장 선임 이후 서울소재 은행뿐 아니라 지방은행과 관계부처를 순방하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은행연합회 사원은행들과 관계를 가질 생각이십니까. ○협력체제도 강화 ▲가장 중요한 것은 만남과 대화, 화합입니다. 역량을 집중하려면 각기의 한정된 힘을 모으는게 제일입니다. 테이블을 함께 나누고 보면 평소 기대하지도 않았던 공통 관심사가 많다는 점을 알게 되고 이런게 반복되면 의외의 효과를 거둘수 있습니다. 특히 지방은행일수록 관계기관간 협조가 중요합니다. 과거 충북지사를 지내면서 행정관청과 상공회의소, 금융기관간 협조와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후에 내무부장관을 지낼 때 각 기관 협조체제를 돈독히 해 효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은행뿐 아니라 금융연구원, 금융연수원 등은 물론 유관기관들과도 협력체제를 강화할 예정입니다. ­은행연합회장 선임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데요. ▲금융계 선배 한분이 어려운 시기에 은행연합회장직을 맡는게 어떠냐고 권고해왔을 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당시 신한국당 당직(정책평가위원장)을 맡은지 얼마 안되는 시기여서 제의를 받고 망설였던 겁니다. 그러나 재무부와 내무부에서 쌓은 경험과 산업은행 총재를 지낸 경험을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쏟자고 결론내리고 출마하기로 결심했어요. 이후 은행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지지를 부탁했습니다. 성원해준 금융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겠습니다.<정리=권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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