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 믿은 소비자만 바보 만드는 통신보조금 규제

이동통신시장에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지난 11일 새벽 일부 휴대폰 대리점들에서 번호이동 가입자를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 넘는 단말기 보조금을 기습적으로 풀면서 해당 매장이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를 두고 '2·11 대란'이라는 표현까지 붙였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취했던 영업정지와 사상 최대 과징금 부과의 약발이 다한 모양이다. 과도한 보조금을 뿌리뽑겠다는 정부의 말을 믿은 소비자만 바보가 됐다.


시장 상황을 보면 예상 못할 일이 아니었다.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 50%를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판이고 최근 최고경영자(CEO)가 바뀐 KT도 실적부진 탈피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이번 기회에 2위와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많은 마케팅비용을 투입해서라도 다른 사업자의 고객을 빼앗아오려는 유혹이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불과 며칠 전 보조금 규모가 120만원까지 치솟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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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도대체 당국은 뭐하냐'는 소비자 항의가 빗발치자 여느 때처럼 추가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통할지 의문이다. 성장이 멈췄음에도 아직까지 새로운 동력을 찾지 못한 통신사가 매출감소를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을 포기하지 않으리란 것은 자명하다. 기다리면 다시 잔치가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아무리 과징금을 부과하고 영업정지를 시켜도 십수년간 사라지지 않고 유지됐던 보조금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우리는 통신보조금 규제가 효과 없음을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아무도 지키지 않고 지켜질 수도 없는 정책으로 인한 시장 왜곡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뿐이다. 국민에게 외면 받는 정책은 곧 불신이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보조금 규제를 완전히 없애 혼란을 줄이는 게 차선책이다. 정부를 믿었다가 나만 손해 봤다는 소비자가 더 나와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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