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지난 1월 내놓은 '호핀(Hoppin)'. 스마트폰에서 보던 영화를 멈춘 부분부터 다시 TV에서 보고, 컴퓨터에서도 볼 수 있는 N스크린 서비스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면서 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자 SK텔레콤이 야심차게 내놓은 서비스기도 하다. 하지만 서비스 개시 5개월이 지난 지금 호핀을 이용한다는 스마트폰 이용자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지난해 말부터 이동통신 업계에서 대거 쏟아놓은 새로운 서비스들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호핀에 총 530억원을 투자했지만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호핀 웹 사이트 가입자 수가 80만명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이용자 수나 매출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서비스를 개시할 때만 해도 SK텔레콤은 "3,000만명의 네이트 회원이 별도 가입절차 없이 호핀을 이용할 수 있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호핀 서비스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유는 이용 가능한 단말기가 사실상 '갤럭시S 호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스마트폰과 TV를 블루투스 방식으로 연결했을 때 전화가 오면 TV 시청이 중단되는 등 서비스 호환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밖에 SK텔레콤은 소셜커머스 '초콜릿', 위치기반서비스(LBS) '골드인시티' 등을 잇따라 선보였지만 존재감은 미미하다. 소셜커머스는 티켓몬스터ㆍ쿠팡, LBS는 포스퀘어나 아임IN 등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경쟁사와 차별화를 시도한 흔적은 있지만 치고 올라가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플랫폼(각종 신사업 담당) 사업은 서비스별로 다르긴 하지만 다 합치면 적자"라며 "그나마 11번가의 수익이 좀 있긴 하지만 광고 빈도가 잦은 데 비해 크지 않다"고 말했다. 11번가는 SK텔레콤의 오프라인 쇼핑몰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도 비슷하다. LG유플러스는 이상철 부회장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올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와글'과 '플레이스북', LBS '딩동'을 속속 출시했지만 아직 각각 수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KT는 지난 2009년 출시돼 불과 수만 대의 판매고를 올렸던 '스타일폰'을 지난 4월 유아용 로봇 '키봇'으로 재탄생시켰지만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은 얻지 못하고 있다. 물론 최근 이용자 수 100만명을 돌파한 KT의 올레날씨 애플리케이션 같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애플리케이션은 무료 판매인 데다 광고 수익도 없다. 아직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눈에 띄는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같은 신생 서비스가 금방 수익원을 찾기도 힘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거대 이동통신사들의 시장 진입을 탐탁잖게 여겼던 정보기술(IT) 개발자들도 마음을 놓는 분위기다. 한 개발자는 "이동통신사가 내놓는 모바일 서비스는 안 먹힌다"고 못박기까지 했다. 이동통신사업을 주로 하던 사업자가 갑자기 잘 모르는 시장에 뛰어들어 성공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사업부문과 플랫폼 부문을 오는 10월 분사키로 하고 KT, LG유플러스에서도 지난해부터 관련 인력을 보강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