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창업의 돛을 달고] (3) 고객 다니는 길에 그물 던져라

무심코 주운 신문에서 눈길을 끈 것은「금주의 신설법인」이었다. 그 주에 새로 생긴 회사와 업종, 주소가 적혀있었던 것. 「신설법인을 광고주로 낚자!」당시 나는 광고대행사로 새로운 길을 정했지만 「광고주가 어디에 있느냐」는 문제에서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 그때 발견한 신설 법인 명단은 바로 이들이 내고객이라는 생각을 들게했다.신설업체라면 광고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특별한 연고가 없는 이상 광고주로 영입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섰다. 사업의 소스를 찾으니 확신이 생겼다. 이제 소스가 모여있는 곳을 찾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한 달에 몇개나 생기고, 그 정보가 모여있는 곳은 어디인지 알수 없었다. 게다가 내가 주워 든 신문에는 신설법인의 주소가 동(洞)까지만 있을 뿐 전화번호도 없었다. 추가 정보를 요청하자 신문사는 물론 법원과 상업 등기소, 여러 정부 기관 모두 명단을 알려 줄 수 없다며 딱 잘라 거절했다. 특히 당시 한 신용카드사에서 개인정보 유출로 말썽을 빚고 있었다. 그러나 보이는 길을 포기할 수는 없는일. 실낱같은 희망으로 서울경제신문과 접촉했다. 여러차례 방문에서 친분을 쌓고, 사업계획서를 들이밀며 적극적으로 담당 기자에 매달렸다. 설득과 간청의 반복,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썼다. 가슴이 뛰었다. 드디어 가능고객들이 손안에 들어온 것이다. 충고 한 마디. 상대가 소비자든 기업이든 창업하는 회사들은 「고객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홍보해야 한다. 태평양에 물고기가 많다고 아무데서나 낚시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고기가 많이 다니는 길을 알고 그물을 던진다면 그물이 작더라도 알차게 낚을 수 있다. 한 예로 웨딩전문 회사를 차렸다고 치자. 번화가에서 하루 종일 명함이며 카탈로그를 뿌린다고 고객이 찾아올리 없다. 결혼할 사람, 즉 예비고객을 찾아야 한다. 가장 좋은 소스가 전국의 대학 졸업앨범이다. 특히 여대생들은 졸업 후 3~4년안에는 결혼하는 사람이 많다. 졸업 앨범을 입수해 DM을 발송하는게 효과적이다. 어디에나 노출돼 있는 고객을 찾아내는 것이 결국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한 주마다 신문사에서 확보하는 신설법인은 200여곳. 이들에게 보낼 카탈로그를 제작하기 전에 회사를 충무로로 옮겼다. 디자이너와 카피라이터가 이미 있었고 인쇄도 기존의 협력업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따로 회사를 차릴 필요는 없었다. 다만 회사명은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장기적으로는 외국 기업들도 가능고객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에게 친숙한 이름을 찾기로 했다. 기업의 상호는 기업의 얼굴이다. 누가 들어도 어디서 들어본 듯한, 그러면서도 입에 붙는 이름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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