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중국식 금융개방의 활용법


10%에 육박하는 높은 성장률과 13억명의 세계 최대 인구를 거느린 중국은 기업인이라면 누구나 뛰어들고 싶은 거대 시장이다. 하지만 요즘 중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중국 시장을 뚫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들이 탓하는 것은 비단 인건비 등 까다로워지는 경영환경만이 아니다. 30년간의 개혁ㆍ개방정책으로 돈이 두둑해지고 시장이 커질 대로 커진 중국이 하루가 다르게 외국인들의 투자장벽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요즘 돈과 시장은 충분하니 첨단기술을 갖고 들어오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나마 기술력이 있으면 문호가 개방된 제조업은 나은 편이다. 금융업은 여전히 빗장을 꽁꽁 걸어놓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중국은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시 약속했던 은행, 보험, 증권 분야의 금융시장 개방을 이미 완료했다. 하지만 제도적 장치나 지분 제한 등 각종 규제를 통해 아직 걸음마 단계인 중국시장을 보호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금융업이 어느 정도 자생력과 경쟁력이 생길 때까지 빗장을 틀어쥐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듯이 금융 신상품을 허가하고 외국계의 진입 장벽을 완화하고 있다. 한국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의 단초가 된 1985년의 플라자 협정, 외환ㆍ금융시장 개방 이후 몰아닥친 한국의 외환위기 등을 지켜보면서 중국 정부는 금융시장 개방의 속도와 득실을 계산해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점에서 외국계 증권사와 생명보험사의 독자 진출을 불허하고 있는 중국이 AIG와 골드만삭스에 보험업과 증권 영업을 허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독자법인 설립을 금지하는 규정을 무시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선도업체를 등장시켜 시장에 대한 영향력과 발전 가능성을 탐색해보겠다는 의도다. 중국 금융당국은 앞서 금융시장을 개방한 국가들의 사례를 연구하기 위해 한국 등에 관련 규정 및 파급효과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 금융사들은 선진국에 비해 인지도가 부족하고 금융기법이 떨어진다고 해서 마냥 뒷짐지고 있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은 만만디 개방정책을 구사하며 기존의 룰도 아닌, 그렇다고 서방의 룰도 아닌 새로운 금융 준칙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런 터에 민간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개방경험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교류관계를 넓혀 중국이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한국에 대한 시장 문호는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3조7,700억달러로 이미 한국의 4배를 넘어섰다. 내년에는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거래되는 국제판 주식시장도 출범한다. 닫혀있지만 시나브로 열리고 있는 거대 시장은 한국이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기회를 안겨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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