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부는 무엇이 두려운가


참 예민한 정부다. 최근 곳곳에서 정부의 기초연금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자 이를 서둘러 덮고 논란을 잠재우려는 모습을 보니 그렇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10만~20만원을 주는 기초연금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금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부·여당이 전략 세우기에 분주한 이때 다른 곳도 아닌 국책연구기관에서 정부의 기초연금안에 대한 우려가 잇따라 제기됐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기초연금 도입을 위한 재정확보 방안' 전문가 조사에서는 참여자의 71.7%가 정부 기초연금안에 반대했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정기간행물에는 기초연금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절하지 않으니 법 제정 대신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실렸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곧장 무마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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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연구원 보고서에 대해서는 전문가 구성의 편향성과 객관성·전문성 부족을 지적하며 신뢰성이 없다고 못 박았다. 어떤 압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행정연구원이 '이번 결론이 종합적인 결론이라 볼 수 없다'며 스스로 만든 보고서를 부정하는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보사연의 주장을 서울경제신문이 기사로 다루자 기자에게는 '야당안도 함께 비판하라' '다른 기자들은 안 쓰는 것을 왜 쓰느냐' 등의 항의가 빗발쳤다.

국민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고 매년 수조 원의 혈세가 들어가는 대형 국책사업인 만큼 여러 각도의 검증과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복지부의 대응은 매우 예민했고 의외였다.

물론 기초연금안을 만들기까지 이미 여러 토론과 각계의 반응이 수렴되는 과정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또 무사히 국회를 통과해 기초연금 사업을 추진하고 싶어하는 복지부의 바람도 이해한다.

그러나 아직 기초연금안의 수정 가능성은 열려 있고 지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재검토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정말로 정부가 기초연금안에 대해 확신이 있다면 주변의 지적에 크게 흔들릴 것 없이 정부의 탄탄한 논리 그대로 추진해나가면 될 일이다. 하지만 복지부의 과도한 반응을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진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도둑이 제발 저리다'라는 속담이 떠오르는 것은 나뿐일까.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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