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조직개편의 핵심 키워드는 '경제부총리' 부활을 통한 경제 컨트롤타워 강화다.
2년 연속 2%대 성장률이 예상되는 경기침체 상황에서 경제 총괄부처에 더 강력한 힘을 실어주는 한편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135조원에 달하는 박 당선인의 복지재원을 마련하라는 특명을 내린 것이다.
아울러 ▦미래창조과학부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 ▦중소기업청의 위상 강화를 통한 산업체질 개선 ▦산업자원통상부를 통한 무역ㆍ통상 시너지 강화가 '박근혜노믹스'의 핵심 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쳐 만들어진 재정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부총리제 부활로 컨트롤타워의 위상을 찾고 예산 기능까지 유지하면서 명실공히 '공룡 부처'로 거듭났다. 김영삼 정부 시절의 재정경제원이 사실상 부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민봉 인수위 국정조정기획분과 간사는 "지금 국내외적으로 (경제가) 매우 어렵다는 점에 우리 국민 모두가 공감한다"면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전반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 박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앞으로 17부3처17청으로 재편된 정부조직의 경제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기능을 맡게 된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잠재성장률 하락 ▦환율 위협 ▦수출경쟁력 악화 ▦가계부채ㆍ부동산 문제 ▦물가안정 등 다양한 경제현안을 풀어냄과 동시에 각 부처의 '칸막이'를 없애고 어떤 식으로 국가경제의 시너지를 낼지 고민해야 한다.
135조원에 달하는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 재원마련이 재정부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이번 조직개편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근혜 정부는 복지정책 확대를 위해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 확대로 연간 27조원씩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정부의 예산ㆍ국고관리ㆍ세제 기능을 다시 분리할 경우 복지재원 마련에 큰 혼선이 생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재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안에 박 당선인의 복지정책을 실현할 재원마련 대책을 내놓는 동시에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방법도 찾아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맡게 됐다.
재정부는 공공기관 관리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툴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기업 경영평가, 예산배분, 인력관리 등의 역할을 그대로 하면서 공공기관 합리화 계획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부총리제 부활로 청와대 경제수석의 역할이 어떻게 조정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박 당선인이 '작은 청와대'를 지향하는 만큼 경제부총리가 앞으로 경제정책에서 전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는 장관'을 만들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중이 이번 부총리제 부활에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재정부의 위상강화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지나친 권력집중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실제 비슷한 모델이었던 김영삼 정부 시절의 재정경제원은 외환위기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제부총리에게 경제정책에 관한 모든 권한이 쏠리다 보니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구제금융을 제공한 국제통화기금(IMF)도 외환위기 직후 출범한 김대중 정부에 부총리제 폐지를 권고했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재정부가 예산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며 "정부 부처 내에서 재정부 중심의 옥상옥 구조가 초래할 폐해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