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치 이상 스마트폰은 없다'는 애플의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의 원칙을 깨고 스크린 크기를 키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결단이 대성공을 거뒀다. 애플이 지난해 4·4분기(애플 회계기준 2015년 1·4분기)에 180억달러의 경이적인 분기 순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는 대화면 스마트폰에 익숙한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의 인기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애플의 '어닝서프라이즈'에 시장은 아이폰 신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실적이 전 분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시가총액 6,350억달러에 이르는 공룡기업 애플이 여전히 경쟁자들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시장에서는 향후 애플의 성장전망에 대해 흥분해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록적 실적의 배경에는 화면 크기를 키워 발표한 아이폰 신제품이 아시아 지역에서 통했다는 점이 꼽힌다. 애플은 지난해 9월 화면 크기 4.7인치의 아이폰6와 5.5인치의 아이폰6+를 발표하며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 가능해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버렸다. 잡스는 생전 4인치보다 큰 스마트폰은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4·4분기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은 7,450만대로 한 시간당 전 세계에서 평균 3만대가 팔린 꼴이다.
화면의 크기를 키운 결단은 중화권(중국ㆍ대만ㆍ홍콩) 등 아시아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70%나 늘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 기간 애플의 매출 비중은 미국 41%, 유럽 23%, 중화권 22%이다. 하지만 지역별 매출 증가율을 보면 미주 23.3%, 유럽 20%, 중화권 69.9%로 중화권의 매출신장이 폭발적이었다. 애플은 이 기간 중화권에서만 161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은 중국에서 대화면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경쟁자를 따라감으로써 성공했다"며 "지난해 10월만 해도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ㆍ레노버ㆍ삼성 등에 뒤진 6위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중국 시장에 공격적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앞으로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루카 마에스트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전역 40곳에 애플스토어를 신규 개점하는 등 투자를 계속할 예정이라며 "중국 시장의 성장둔화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번 실적발표를 두고 "애플이 아직 미개발된 중화권 시장의 엄청난 잠재력에 점점 더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쿡 CEO는 이날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웨어러블 기기 '애플워치'를 오는 4월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그는 애플워치 개발이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며 "애플워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시판에 들어가면 매우 흥분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처음 공개될 당시 애플워치의 시판 시기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추정됐다. 모건스탠리는 애플이 2015회계연도(2014년9월28일~2015년9월27일)에 애플워치로만 81억달러의 매출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RBC캐피털마켓도 보수적 기준에 따른 전망임을 전제로 애플워치 출하 대수만 2,000만대에 이르고 65억달러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애플워치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인 셈이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 '애플페이'도 주목 받고 있다. 쿡 CEO는 애플페이를 결제수단으로 채택한 은행 및 결제기관은 750개에 이르며 유기농 전문 식료품 체인 홀푸드는 애플페이 도입 후 모바일 결제 비중이 4배나 늘었다며 "2015년도는 애플페이의 해가 될 것"이라고 강한 기대를 내비쳤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애플페이가 아이폰 사용자 사이에서 보편화되기 어렵다고 해도 애플은 사람들이 모바일 결제에 편리함을 느끼도록 애플페이를 점점 발전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