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금융규제 개혁] 해외 유니버설뱅킹 허용… 삼성 등 벌써 금융사 인수 저울질

■ 금융사 경영 어떻게 달라지나

은행·보험 등 한곳서 겸업… '반쪽짜리 영업' 사라져

금융활성화 효과 내려면 그림자 규제도 없어져야


복합점포 허용으로 금융회사의 영업 방식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시중은행 창구에서 한 고객이 상담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 은행과 증권상품을 동시에 가입하기 위해 은행 PWM(PB 특화 공동점포)을 방문한 자산가 A씨는 그간 은행 증권의 출입문이 다르고 공간도 분리돼 불편을 겪어왔다. 금융사도 은행 증권을 아우르는 자산상담이 어려워 PB 업무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쉽지 않았다.

#. 동부화재는 지난 2012년 라오스 최대 민간은행인 인도차이나은행의 지분 15%를 인수하려 했지만 당국이 보험업이 아닌 은행업에 진출하는 데 부정적이어서 무산됐다. 당국은 한화생명의 말레이시아 민간은행 인수 시도에 대해서도 '금산분리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금융회사의 먹거리 창출을 가로막던 낡은 '전업주의' 규제들이 상당수 철폐된다. 당장 해외 유니버설뱅킹이 허용되면서 삼성그룹 등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이 해외 금융회사를 인수하려는 물밑 움직임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사들을 실제로 옥죄고 있는 금융 당국의 '그림자규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번 규제개혁도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증권·보험 한곳에서 복합판매…절름발이 영업 없앤다=이번 규제개혁에 따라 앞으로 한 금융회사 점포에서 은행·증권·보험회사의 직원이 공동으로 제공하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고 각종 상품을 그 자리에서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지금도 계열사 관계에 있는 은행과 증권·보험회사가 사무공간을 같이 사용할 수는 있지만 사무공간은 칸막이로 구분해야 하고 영업직원이 왕래하거나 고객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금융권은 이번 규제개혁으로 그간의 '절름발이 영업'에서 벗어나 비이자수익을 늘릴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하나·신한은행 등이 은행 증권 등을 합친 형태의 브랜치를 운영하고 있지만 은행 PB와 증권 PB를 따로 두고 컨설팅을 하고 있다.

관련기사



금융회사의 겸영·부수 업무 관련 중복신고도 폐지되고 신고 없이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도 확대된다. 예컨대 은행이 대출 과정에서 대한주택보증상품을 취급하는 경우 그간에는 사전신고를 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신고 절차가 필요 없다. 금융위는 이 밖에도 특정 은행이나 증권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지위에서 투자자에게 금융상품을 자문해주는 독립투자자문사(IFA) 제도도 도입한다. 이른바 금융상품의 새로운 유통망을 만드는 것인데 일단 펀드 판매에 적용한 뒤 장기적으로 예금이나 보험 등 모든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종합 자문 제도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회사 해외 유니버설뱅킹 허용…땅 따먹기식 경쟁 탈피=앞으로 금융회사 해외점포는 국내법과 상관없이 현지법이 허용하면 은행이나 증권·보험 업무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국내법과 별개로 현지에서는 현지법에 따라 겸업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 해외점포에 대해 현지법에 따른 유니버설뱅킹이 허용된다. 국내 은행 해외지점들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에서 투자일임업·투자자문업이 가능해지고 홍콩이나 영국에서는 유가증권 중개나 상품파생매매·중개업무도 할 수 있게 된다. 은행들은 특히 현지의 은행 자회사를 보험·증권 등의 판매채널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방카슈랑스나 펀드 판매 등의 적극적 해외영업이 가능해진다. 보험사 등의 해외 은행 인수 등도 앞으로는 가능해진다.

다양한 겸업이 허용되는 만큼 금융회사의 인력 운용 규제도 풀기로 했다. 그간 금융지주그룹 내 임직원은 지주사-자회사 간 겸직이 거의 불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이해상충의 우려가 없는 경우 겸직을 전향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보험 저축은행 판매채널 확대…부동산 임대 허용=역마진 공포에 시달리는 보험사들에도 새로운 시장이 생긴다. 대표적으로 휴대폰이나 PC 등에 대한 보험상품 시장이 활성화된다. 현재 태블릿PC 등은 제품 구매 후 일정 기간 소비자 과실로 인한 파손 등을 보장해주는 보험상품 수요가 크지만 보험사들은 단가가 낮다는 이유로 AS 보험상품 개발에 소극적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휴대폰 보험처럼 제품·서비스 구매현장에서 편리하게 관련 보험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가전제품 매장에서 태블릿PC나 카메라 등을 판매하면서 AS 보험 등을 연계해 판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보험을 팔고 싶은 매장 주인은 보험모집인으로 등록해야 하지만 일반 보험모집인에 비해 시험이나 교육 등 자격요건은 완화해주기로 했다.

금융회사가 사용하지 않는 점포 내 공간은 대부분 임대할 수 있다. 기존에 은행은 업무용 부동산의 임대면적이 직접 사용면적의 1배 이내로 제한돼 있어 지점의 절반 이상은 꼭 직접 사용해야 했다. 따라서 지점 폐쇄 등 일시적 임대가 필요한 경우라도 임대면적 제한 규제 때문에 텅 빈 채로 내버려둬야 하는 등 비효율이 발생해왔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임대면적 제한을 직접 사용면적의 1배 이내에서 9배 이내로 완화한다. 은행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한 증축과 리모델링도 가능하도록 유권해석을 내려 업무용 부동산 개발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