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터키 정정불안 심화 … 신흥국 위기 뇌관되나

비리 장관급 10명 교체에도 시위대 총리 퇴진 촉구

리라화 가치급락·보유외환 바닥… 인도 등으로 불안 전이 우려


초대형 부동산개발 비리 스캔들이 터진 터키의 정정불안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민심을 달래기 위해 내각의 절반에 해당하는 장관급 인사 10명을 물갈이했지만 수천명의 시민들이 총리퇴진을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외환유출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정정불안까지 겹치며 터키 금융시장도 휘청거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터키가 신흥국 외환위기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25일(현지시간) 밤 압둘라 귈 대통령과 비정례 회동을 한 뒤 밤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부총리 1명과 장관 9명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각 대상의 일부는 부동산개발 비리사건과 연관됐고 일부는 내년 3월 지방선거 출마로 사임했기 때문"이라며 "귈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터키 검경은 부동산 개발과정에서 정부부처 고위관계자-대형은행-부동산 개발업자 간에 부적절한 거래가 있다고 보고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제장관을 포함한 현직 장관 3명의 아들과 국책은행장 등 주요 인사 50명이 체포됐고 이 가운데 24명이 구속됐다.


이에 해당 장관 3명은 25일 오전 사퇴 의사를 표명했으며, 특히 환경도시장관인 에르도안 바이락타르는 "검경의 조사 대상인 건설허가의 대부분은 에르도안 총리의 지시로 이뤄졌다"며 "그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락타르 장관은 지난 1990년대부터 에르도안 총리와 동고동락한 사이"라며 "그의 발언은 에르도안 총리의 집권여당 내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으로 그만큼 터키의 정정불안이 심각한 수준임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25일 이스탄불 등 대도시에서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에르도안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반정부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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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연준의 테이퍼링으로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터키 금융시장이 더 크게 휘청이고 있다. 25일 BIST100지수는

전거래일보다 4.2%나 급락했고 10년물 국채금리 역시 0.2%포인트 상승해 10.09%를 기록했다. 26일 뉴욕외환시장에서 리라화 가치도 장중 달러 대비 2.1002리라를 기록해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터키 중앙은행이 24일 리라화 가치 안정을 위해 내년 1월 말까지 60억달러를 시중에 풀겠다고 발표했지만 리라화 가치는 속절없이 떨어졌다"며 "리라화 가치 방어를 위한 중앙은행의 보유외환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터키는 대부분의 석유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경상적자가 세계 최대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8%에 달한다. '리라화 가치 급락→석유 수입비용 급증→경상적자 심화→금융시장 혼란'의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터키 금융시장 혼란이 내년도 신흥국 외환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NYT)는 "터키는 2008년 이후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달러를 대량 차입해 부동산 개발붐을 일으켰으며 이에 따라 내년에 기업 및 은행이 갚아야 할 해외 차입금만도 2,000억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NYT는 "이에 따라 내년 연준의 테이퍼링으로 금리가 오르면 터키의 외환차입금 상환 및 차환에 비상이 걸려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고 촘촘히 연결된 국제금융시장의 특성상 위기감이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브라질 등이 터키처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해외 차입금을 크게 불린 가운데 본보기로 터키가 흔들리면 위기감이 신흥국 전반에 급속도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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