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창조와 혁신은 모방에서 시작됐다

■ 바로잉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 지음, 흐름출판 펴냄)


빌 게이츠는 매킨토시에서 아이디어를 빌려 윈도즈라는 운영체제를 만들었다. 애플은 제록스의 팔로알토 연구센터가 내놓은 아이디어로 맥 컴퓨터를 만들었고 오늘날 '애플 제국'을 세웠다. 마크 주커버그는 대학교 졸업앨범을 보고 착안해 '페이스북'을 만들었고 영화제작자 조지 루카스는 신화적인 비유를 적용해 '스타워즈'라는 불멸의 영화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세상을 바꾼 창조와 획기적인 혁신은 한결같이 기존의 것을 빌리는 '바로잉(Borrowing)'에서 시작됐다. 모방의 선례는 현대기업 뿐만이 아니다. 뉴턴의 중력법칙은 사과로 대표되는 지구물리학과 달로 대표되는 천체물리학의 결합이며, 다윈의 진화론은 기존 생물학에서 아이디어를 빌렸지만 생각의 전개 방향을 반대로 펼친 결과물이다. 유럽의 르네상스 역시 창의적 생각이 봇물처럼 터진 문화 생산기로 평가받지만 이는 고대 그리스를 복사하고 모방해 되살리려 했던 시기였다.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뛰어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고 말한 것이나 미국 P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스티브 잡스가 "위대한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사실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선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다양한 사례를 분석ㆍ종합한 저자는 '아이디어 빌리기'를 6단계로 요약했다. 우선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그런 다음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곳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와야 한다. 빌린 아이디어를 그대로 적용하기 보다는 이를 연결하고 결합해야 하며, 이 아이디어에서 해결책을 찾아낼 때까지 숙성시켜야 한다. 해결책이 발견되면 그 안에서 강점과 약점을 구별해 내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약점은 제거하고 강점은 끌어올려야 제대로 된 자신의 창조 전략이 재탄생한다. 하지만 '바로잉(빌려오기)'을 통해 혁신과 창의성을 확보한 이들 기업은 종종 경쟁 업체들과 '특허전쟁'을 벌이곤 한다. 이는 빌려오거나 모방을 할 때는 기존의 원천정보가 떠오르지 않도록, 전혀 낯설지만 한층 더 나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다양한 곳에서 아이디어를 끌어오되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창조적인 모방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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