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몸과 마음을 채우러 떠나는 강원도 양양

身, 설악산이 키운 산양삼 한 입에 원기보충하고<br>心, 화마 이겨낸 천년고찰 지극한 불심이 절로…<br>해풍 맞으며 자란 산양삼 짙은 향에 힘이 불끈<br>동해 절경 품은 낙산사엔 해수관음상의 미소가

낙산사 홍련암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와 의상대 전경. 조선조 송강 정철은 홍련암과 의상대에서 바라보는 동해 일출을 관동팔경의 하나로 손꼽았다.

사내 암자인 홍련암. 기도효험이 좋다는 소문에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장하봉 대표가 7년근 산양삼을 들고 재배방식과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을이 왔나 했더니 어느새 쌀쌀하다. 건강한 겨울을 위해서는 몸과 함께 마음을 채우는 것이 필수다. 태백산맥과 동해바다 사이에 있는 도시, 강원도 양양에서 겨울을 이길 비법을 만났다. 바로 설악산이 키운 '산양삼(山養蔘)'과 동해안의 천년고찰 '낙산사'다.

양양군 현남면에서 '양양백두대간산양산삼'이라는 영농법인을 운영하는 장하봉 대표를 만났다. 장 대표를 따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탔다. 자동차는 끊임없이 설악산 자락을 오른다. 얼마쯤 올랐을까. 이번에는 차를 세우고 가파른 산길을 걷는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쯤 돼서 나무로 울타리를 친 곳에 이르렀다. 울타리를 넘으니 삼밭이다. 여기가 산양삼을 키우는 곳이다.


산양삼은 무엇일까. 말 그대로 산에서 키우는 삼이라는 말이다. 그럼 산삼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산삼이 맞다. 다만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산삼은 산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는 것인데 산양삼은 사람이 씨앗을 뿌리고 가꾼다. 산삼은 기본적으로 수십년, 길게는 100년 이상을 자라기도 한다. 이에 비해 산양삼은 대개 10년 정도 기른다. 하지만 산에서 인공의 손길을 타지 않고 자란다는 점은 산삼과 똑같다.

장 대표가 산양삼을 키우는 곳은 나무울타리로 둘러싼 1만여평 정도. 이곳에 10만주의 산양삼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산양삼을 키우는 방법은 일견 단순하다. 기존 삼에서 추출한 씨앗을 적당한 토질의 산에 뿌린다. 그리고 그냥 기다린다. 삼이 먹을 만할 정도로 자라려면 기본적으로 7년 이상이 돼야 한다. 그리고 10년 정도면 대부분 수확을 한다.

씨를 뿌리고 나서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것은 2년 정도 지났을 때다. 2년 정도 자란 조그마한 삼은 새로운 땅에 옮겨심기를 해야 한다고 한다. 삼이 대량의 영양분을 기존 땅에서 흡수해 새로운 토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1월 한 달은 2년 된 삼을 옮겨심기하는 때다. 장 대표가 옮겨심기를 위해 땅에서 캐낸 2년근 산양삼은 5㎝ 정도다. 인근 산록에 다시 심었다. 산양삼에 가는 손길은 이것이 끝이다. 그리고 기다림이다.

장 대표가 산양삼을 재배한 것은 8년여 전부터. 이제 결실을 보여 삼의 일부 수확물이 나오고 있다. 양양군의 산양삼이 고품질을 자랑하는 이유는 천혜의 재배환경과 농민들의 땀이 결합해서다. 설악산의 유기질 토양은 산양삼 재배의 최적 조건이고 또 큰 일교차와 동해의 해풍은 삼의 조직을 탄탄하게 하고 향을 짙게 하는 자극이 되고 있다. 양양군은 국내 최대의 산양삼 재배지다. 현재 200여 농가가 산양삼을 재배하고 있으며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최고의 '산삼'을 위해 재배농과 지방자치단체ㆍ임업연구기관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산양삼과 인삼ㆍ장뇌삼은 구별된다. 인삼은 말 그대로 밭에서 키운 삼을 말한다. 장뇌삼은 우리의 산양삼과 비슷하지만 중국명칭이다. 장뇌삼도 산에서 키운 것은 맞지만 비료나 농약 등 인공이 가미됐다는 점에서 국내 '순수 산삼' 산양삼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산양삼은 현재 함양ㆍ옥천ㆍ진천ㆍ영양ㆍ봉화 등지에서 재배하고 있다.


산양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역 재배농가를 방문해 직접 구입하면 된다. 이외에도 응용상품을 개발 중이다. 엑기스나 환ㆍ분말 등과 함께 화장품 등을 제작해 판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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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채웠으니 이제 마음을 돌아보자. 양양에서 만나는 도량은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낙산사다. 낙산사하면 2005년 4월 화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8년 전의 아픈 기억은 이제 가셨다. 국가적인 복구의 노력으로 화재전의 모습을 거의 되찾았다. 다행인 것은 그동안 2~3년 간격으로 대형산불이 발생하는 동해안에 2005년 이후로는 산불이 재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처의 도움일까. 낙산사의 아픈 경험이 경각심을 높인 것이다.

동해와 붙은 언덕에 있는 낙산사에 오르는 길은 앞서 산양삼 재배지로 가는 길과 다르지 않다. 잘 포장돼 있는 언덕길이지만 등에 땀이 배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역시 길을 오를수록 마음이 맑아진다. 낙산사 방문객들은 정상에 우뚝 선 해수관음상을 반드시 만난다. 바다를 쳐다보는 그 위풍당당하면서도 자애로운 자태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키 16m의 거인이지만 아주 익숙한 이웃 같다. 아래로 내려다보는 동해바다는 천하의 절경을 이루고 주위의 광장에는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로 가득하다.

바다 쪽으로 내려오면 사내 암자인 홍련암이 있다. 기도를 잘 들어준다고 해서 항상 참배객들로 붐빈다. 홍련암은 671년 낙산사가 처음 세워질 때부터 관음기도처였다고 한다. 2005년 대형 화재 때도 화마를 피해 그 효험을 인정받고 있다. 홍련암은 바다 위 바위에 걸쳐 지어져 마루의 구멍으로는 법당 아래로 밀려들어와 부서지는 파도도 볼 수 있다.

낙산사 경내에서 가장 동쪽, 바다 가까이 있는 곳이 의상대다. 낙산사 창건 당시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한 해안 암벽 위에 설치한 누각이 의상대라고 한다. 의상대는 송강 정철(1536~1593)의 '관동별곡'에 소개된 관동팔경의 하나로 동해 일출로 유명한 곳이다. 역시 2005년의 화마를 가까스로 피했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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