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고가 일부 비윤리적인 직원들이 자행한 개인비리라는 국민은행의 입장을 넘어 조직적 차원에서 벌어진 범죄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26일 "횡령사고에 10여명에 가까운 직원이 가담했다는 정황이 일부 나옴에 따라 검사범위를 넓혀 기록들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번 횡령사고와 관련해 2명의 직원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고 검찰에 고소했다. KB금융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일부 부도덕한 직원들이 저지른 비리"라며 "이를 허술한 감사시스템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국민은행이 자체 파악한 것 이상으로 조직적인 비리가 자행됐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은행 내외부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이날까지 횡령사고 연루자 9명을 밝혀낸 데 이어 채권을 위조할 때 섰던 인쇄소까지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당국은 국민주택채권 주무부서와 보완ㆍ견제 관계에 있는 연관부서들 역시 횡령사고에 개입됐는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부서끼리 업무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의도적인 눈감기가 없다면 장기간 횡령을 저지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은행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본부 부장급 같은 윗선까지 연관돼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주동자로 지목된 직원만 해도 부부 모두 은행원인 사내커플로 알려지면서 연루자가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고객의 돈을 횡령해 도망가버리는 것이 지금까지의 전형적 은행사고라면 이번에는 장기간 자행됐다는 점에서 사안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국민주택채권의 유일한 지급기관이었던 국민은행만의 특성이 조직적 비리로 이어지는 고리가 됐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민주택채권을 취급하는 곳은 국민ㆍ우리ㆍ농협ㆍ신한ㆍ하나ㆍ기업은행 등 총 6개 은행으로 이 중 실물을 취급하는 곳은 사실상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나머지 은행들은 2004년 채권등록(전자채권) 방식으로 업무가 변경된 시점 전후로 해당 업무를 시작해 실물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한편 국민은행은 지난 25일 전국 영업지점에 미상환채권에 대한 지급통제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실물증서를 가진 고객이 지점을 찾으면 본부 해당부서에 실물증서를 팩스로 보내 사실확인 여부를 거친 후 지급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