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전략홍보팀에서 법률 자문 역을 맡고 있는 조용안(36) 대리. 그가 요즘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삼성 그룹 사내 네트워크인 「싱글」(SINGLE)을 통해 사원들에게 법률 문제를 상담해 주는 일이다.조대리가 원래 하는 일은 회사가 소송에 휘말릴 경우 회사 대리인 자격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일이다. 여러 부서에서 법적인 문제가 벌어질 때에도 자문을 해준다.
하지만 IMF 이후엔 사원들의 크고 작은 법률 분쟁에 대해 상담해주는 일로 두 배는 바빠졌다. 『전세 계약 문제 등을 해결해준 다음 고맙다는 전화 한 통을 받으면 보람을 느낍니다.』 「법」 앞에 한없이 약한 동료사원들을 위해 법률서비스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생각보다 법 상식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임대차 계약이나 채권·채무관계는 금전적인 문제와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제대로 모르면 손해를 보게 되죠.』 그는 간단한 전세 계약 절차조차 제대로 모르는 사원이 대부분이라고 안타까와 한다.
조대리는 『네트워크는 정보를 공유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통로』라고 말한다. 구조조정 바람 이후 조직은 자연히 더욱 효율적인 업무 처리 방식을 찾게 된다.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그 해답이다. 사람은 줄고 오히려 일은 늘어난 상황에서 네트워크가 그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있다.
조대리는 요즘 싱글에서 하던 일을 사이버 상으로 옮기는 일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는 『12월 23일 정보공유를 위한 에버랜드 인터넷 사이트(E-KISS.EVERLAND.COM)가 오픈합니다』라고 말한다. 이 사이트는 에버랜드 각 사업부의 대외 의사소통을 위한 통로가 될 것이다. 조대리는 요즘 사이트 법률 상담 코너를 어떻게 꾸밀까 고민중이다. 그는 법무 게시판, 계약서 검토, 법률분쟁, 소송, 지적재산권, 생활법률 등으로 코너를 세분화하여 관리할 계획이다.
그에게 고민이 하나 더 있다. 법률 상담 코너를 사외 일반인도 이용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 인터넷은 그룹 네트워크와는 달리 누구에게나 개방된 것. 따라서 그는 사이트를 찾은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을 느낀다. 『회사일만으로도 시간이 없는데 서비스를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충실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지가 의문입니다.』 그는 23일 이전에 그 해답을 찾을 작정이다.
조대리의 의문은 또 있다. 더욱 빠른 일 처리를 위해 이용하는 네트워크라는 도구가 더 많은 업무를 안겨 줄지도 모르는 아이러니다.
김창익기자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