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객이 원하는 것 먼저 만든다”/보일러업계 신제품 출시경쟁

◎원룸·전원주택 등 주거형태 다양화 대응/전화작동·연료절약형 등 기능제품 러시한여름 불볕더위에도 보일러업계가 뜨거운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전 같으면 난방기구업체들에게 한여름은 연중 비수기였다. 그러나 요즘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보일러업체들이 뜨거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겨울 신제품 출시경쟁을 벌써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집을 한창 짓기 시작하는 요즘이 보일러업체들로서는 한해 농사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어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각 메이커들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다양한 기능을 갖춘 신제품을 출시하고 10월까지 열전에 돌입한다.<편집자 주> 「소비자 만족 시대, 보일러도 직접 골라 쓰세요」 보일러업체들이 순동보일러, 스테인리스보일러, 전화로 작동하는 보일러, 온수 증대형 보일러, 연료 절약형 보일러 등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보일러 선택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보일러가 생활과 밀접한 제품임에도 대부분이 어떤 보일러가 설치돼 있는지 모르고 지낼 정도로 도외시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러한 통념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 철판보일러에서 스테인리스·순동보일러로, 기름보일러에서 가스보일러로 업체들이 너도나도 주력 제품을 바꾸는 등 면모를 일신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생활습관 변화와 함께 다양한 제품을 원하게 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30년동안 성장만을 거듭해오던 보일러업체들이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달았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때문이다. 여기에 원룸, 전원주택, 공동주택 등 주거형태가 다양하게 변함에 따라 소비자들도 기존의 한정된 모델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됐다. 보일러업체들은 보일러 재질을 바꾸고 생산공정을 단순화하는 등 원가절감을 꾀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에 발빠르게 대응해 신규수요를 창출하는 등 위기를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스테인리스보일러는 불과 4∼5년전에 등장했지만 최근 1년사이에 급속히 성장, 20년동안 정상을 차지하던 철판보일러를 누르고 새롭게 왕좌에 등극했다. 보일러는 여름내내 사용하지 않다가 오랜만에 다시 가동하게 되면 녹물이 발생하는 등 불편이 따른지만 스테인리스보일러는 이런 불편이 없다. 또 물리적 특성이 우수해 얇게 제작할 수 있어 제조원가를 줄이는 것은 물론 가볍기 때문에 시공이 용이해 제조회사, 설비업자, 소비자의 욕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급신장의 요인으로 해석된다. 90년대 초반 30%이상의 높은 신장세를 보였던 가스보일러는 도시가스보급이 서울, 부산, 대구에 이어 마산, 창원, 울산 등 지방도시로 확산됨에 따라 올해도 10%이상 성장하는 등 신장세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귀뚜라미와 경동보일러가 이런 전망에 따라 기름보일러에 이어 올해 주력제품 명단에 가스보일러를 추가하고 영업을 강화하는 등 사실상 주력제품을 바꾸고 있다. 2천년까지는 가스보일러가 기름보일러 시장을 뒤집고 개별 난방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측돼, 가스보일러의 메리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보일러 업체들은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신상품을 쏟아내며 소비자들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귀뚜라미의 순동보일러는 고장없이 오랫동안 사용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하게 읽은 히트작이다. 경동보일러가 올해 출시한 「따르릉」은 전화로 보일러를 켜고 끌수 있는 점을 내세워 외부활동이 많은 맞벌이부부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또 샤워중 갑자기 찬물이 나와 놀라는 경우가 발생하는 점에 착안한 린나이는 일정한 수온을 유지시키는 기능인 비례제어방식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고,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기능의 제품을 출시했거나 개발중에 있다. 이외에도 외관이 산뜻하고 설치가 용이한 초슬림형 벽걸이보일러, 마그네슘봉을 내장해 온수의 청결유지기능을 강화한 보일러, 녹이 슬거나 쥐가 갉아도 버틸수 있어 지하실에 설치하기 적합한 밀폐형보일러도 잇따라 출시됐다. 온수를 풍부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온수증대형으로 제작하는 것도 소비자의 성향을 따라잡기 위한 것이다. 업계의 불황타개 노력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동안 등한시했던 틈새시장에서 신규수요를 창출하려는 시도다. 전원주택용 중대형보일러, 빌라용 소형보일러 등 맞춤식보일러가 개발됐는가 하면 생활쓰레기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소각보일러까지 등장했다. 또 심야전기를 이용해 연료비를 절반이하로 줄일 수 있는 에너지절약형보일러와 영농형태 변화에 발맞춘 하우스재배용, 양식장용 보일러에 이어 찜질방용보일러까지 등장,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고객이 원하기 전에 먼저 만든다」 보일러업체들은 무한경쟁시대에서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시장점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보일러업계의 최근 추세와 관련, 치열한 경쟁으로 국내 보일러의 기술과 성능이 예전에 비해 크게 나아졌지만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에 보일러가 보급되기 시작한지도 30년이 흘렀고 가스보일러 역사도 15년이 넘었다. 그러나 보일러의 핵심부품인 버너 및 펌프는 선진국 기술수준의 80%에 불과하고 비례제어방식에 사용하는 가버너펌프는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돼 있는 저공해보일러와 냉난방겸용기술은 이제막 시제품을 개발하는 걸음마수준에 불과하다. 좁은 내수시장을 탈피한 해외진출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는 것은 모두 이런 이유에서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출범, 그린라운드가동 등은 보일러업체들이 안방에만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내 업체간 지나친 경쟁을 벗어나 기술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 해외시장 진출, 철저한 애프터서비스 등을 통해 공동 발전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보일러업계의 선결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문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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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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