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공공기관이 장난감인가

“글쎄요. 부산에 내려가서 효율성이 높아질까요.”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4일 “국정감사를 보고 있노라니 공공기관이 무슨 전리품인 것 같다”며 이렇게 쓴웃음을 지었다. 선박금융공사 얘기였는데 처음에는 정치권에서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안 되면 정책금융공사를 보내라고 하더니 이제는 한국투자공사(KIC)라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너무 속보인다는 말이었다.


실제 부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 1일 국감에서 “부산에 해양종합금융센터 설립 외에 다른 대책은 없는데 KIC를 부산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어떤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안 되면 정책금융공사라도 부산에 보내 선박금융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금융 당국이 이에 대해 계속 불가론을 외치자 생뚱맞은 KIC를 들고나온 것이다.


KIC는 정부 돈을 위탁 받아 운용하는 국부펀드다. 관할 부처도 정무위 담당인 금융위원회가 아니라 기획재정부다. 부처 소관은 둘째치고 KIC를 부산에 이전하면 제대로 업무가 될까에 대한 우려가 많다. 국제 업무가 많고 금융의 특성상 서울에서 일을 대부분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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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이게 안 되면 이거라도’ 하는 식으로 공공기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발전이나 국부 창출에 어떤 도움이 될까 하는 고민은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부산은 국제금융도시로 제2의 금융도시로 키우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현실을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영국계 금융컨설팅 업체가 실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산은 국제금융도시로서 중국보다는 앞서지만 홍콩이나 싱가포르ㆍ도쿄ㆍ오사카 등에 경쟁력이 밀린다.

부산이 금융도시로서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무엇이고 근본적인 한계와 문제점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따져보는 게 우선이다. 단순히 나눠먹기 식으로 금융기관을 가져간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비용만 더 든다. 여당에서 추진되고 있는 부산국제금융연수원도 업계에서는 불만의 소리가 가득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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