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학생 10명 중 3명은 학교폭력을 경험하고도 부모나 교사, 전문가 등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은 22일 금천구 청예단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의 ‘2012년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실태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온·오프라인 설문을 통해 전국 16개 시·도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 5,53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그 결과 최근 1년간 학교폭력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의 12.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과 비교하면 학교폭력 피해율은 18.3%에서 12.0%로 낮아졌지만, ‘고통스러웠다’(31.1%), ‘매우 고통스러웠다’(18.2%) 등 고통을 느꼈다는 응답률은 33.5%에서 49.3%로 올랐다. 학교폭력이 양적으로는 줄었지만, 학생이 체감하는 질적 수준은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 중 44.7%는 자살까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년의 31.4%보다 13.3%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학교폭력을 당한 뒤 복수충동을 느꼈다는 응답률은 70.7%였고, 20.7%는 하루에 1번 이상 복수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의 유형으로는 ‘욕설·모욕적인 말’(27.3%)이 가장 많았고 ‘폭행’(18.0%), ‘협박·위협’(13.9%), ‘괴롭힘’(13.2%), ‘집단 따돌림’(12.5%) 등이 뒤를 이었다.
학교폭력을 당한 장소는 교실이 절반을 차지했다. 사이버폭력을 당했다는 응답률은 2011년 1.8%에서 지난해 4.7%로 크게 늘어 인터넷 등 사이버공간에서의 학교폭력도 활발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학교폭력을 당하고도 아무런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학생은 33.8%에 달했다.
이들은 ‘일이 커질 것 같아서’(29.8%) 혹은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25.8%) 학교폭력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학교폭력이 발생한 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응답이 27.6%에 달해 아직도 학교현장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음을 보여줬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적이 있는 학생은 41.7%였다.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44.5%는 피해 사실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
학교폭력을 방관한 이유로는 ‘같이 피해를 당할까봐’(30.6%)가 가장 많았다. ‘관심이 없어서’라는 응답도 26.9%에 달했다.
청예단 이유미 학교폭력SOS지원단장은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학교 등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못 받기 때문”이라며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청예단 박옥식 사무총장은 “학교폭력을 목격하고 답답하다고 느끼거나 무기력하다고 느끼는 방관자들을 대상으로 피해학생을 도울 조력자를 만드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