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국제결혼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농촌 및 도시 하류층 남성과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 세계화 흐름 속에 외국인과의 잦은 접촉, 우리 사회의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농촌에서는 10쌍 중 4쌍이 국제결혼을 하면서 결혼 풍속도 바뀌고 있는 듯하다.
유치원부터 모국어 교육 지원
정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 중인 결혼이민자 중 여성의 수는 이미 17만명을 넘어섰다. 국제결혼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다문화가정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들도 지속적으로 늘어나 앞으로 10년이 채 못돼 우리나라 초등학교 입학생 가운데 다문화가정 자녀가 10%가량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특히 농촌에서는 6~7년 뒤면 초등학교 1학년생 3명 중 1명 이상이 다문화가정 자녀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문화가정은 서로 다른 문화와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살던 남녀가 한 가정을 이루면서 순혈가정과는 달리 태생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들을 안고 출발하게 된다.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 그리고 생활관습ㆍ전통 등의 차이로 한국에서 시작한 결혼생활은 갈등과 문제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겪는 갈등의 다양성과 심각성은 벌써 여러 군데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개방된 사회를 지향하지만 혈연을 강조하고 다른 문화에 배타적인 경향이 강하다. 특히 단일민족이라는 그릇된 가치관에 묶인 채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결국 다문화가정은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순혈주의로 경제적 문제, 육아ㆍ자녀교육 문제, 언어와 문화차이, 사회적 편견 등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사실 다문화가정은 순기능적 측면이 크다. 다문화가정은 우리 사회의 저출산과 인구감소 현상에 억제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농촌의 고령화를 늦추는 역할도 하고 있다. 또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보다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문화적 다양성이 새로운 가치로 부상하는 국제화 시대의 글로벌 인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문화가정을 사회적으로 포용하려는 노력은 독일ㆍ뉴질랜드 등 우리보다 다문화사회를 먼저 접한 나라에서 배울 수 있다. 이들 국가의 다문화정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이주민의 문화를 배제하지 않고 통합 측면에서 인정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는 이주한 사람들과의 통합을 국가적 미래가 달린 중요 사항으로 보고 있다. 사회통합의 핵심 과제 중 모국어 교육이 빠지지 않는 독일은 유치원부터 모국어 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뉴질랜드 역시 이주민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21세기의 국력'으로 인식하는 진보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다문화가정을 극복해야 할 도전이나 난관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힘과 기회로 보고 있다. 이들 역시 다문화가정을 위한 모국어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다양성이 21세기 국력' 깨달아야
두 나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다국적 문화에 대한 적응력이 높고 한국과 어머니 등이 태어난 나라와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들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교육지원 정책을 펼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록 외모가 다르더라도 잘 자란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글로벌 시대의 지구촌 환경에서 대한민국을 빛낼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다는 진보적 시각과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새해에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우리 사회에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