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너 의장은 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홈페이지 기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경솔하게 헌법을 무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법을 멋대로 제정 혹은 개정하거나 지키겠다고 선서했던 법을 지키지 않는 식으로 국민과 국민이 뽑은 대표기관을 피해 가려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너 의장은 이어 이달 하순께 하원 내 법무팀이나 초당적 법률자문 모임에 대통령을 제소할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말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 남발이 권한남용이라며 소송을 내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베이너 의장은 "이들 기구는 더 늦기 전에 미국민의 권리와 책임·삼권분립 등을 방어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베이너 의장의 기고문은 행정명령 발동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압박을 가했음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자 대응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연설에서 "미국 중산층은 의회에서 일하지 않는 공화당이 일하기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그러니 나를 제소하라"고 받아쳤다. 이민개혁, 최저임금 인상 등 법안 처리에 응하지 않는 공화당을 겨냥한 말이다. 공화당의 비협조에 미 의회에서 인준 대기 중인 대사급 인사만도 49명에 달한다.
올해를 '행동의 해'로 공언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퇴직연금 제도 개편, 연방정부 신규 계약 노동자 대상 최저임금 인상, 학자금 상환부담 경감 등 각종 개혁정책 도입에 행정명령을 동원했다. 공화당의 벽에 막혀 주요 정책을 시행하기 어려워진 데 따른 우회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월 연두교서에서 "의회가 협조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며 행정명령 발동을 예고한 바 있다.
임기는 절반도 남지 않은 반면 공화당이 의회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 카드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행정명령의 빈번한 사용은 의회와 함께 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과 다를 게 없어 공화당과의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한편 2016년 차기 대선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오바마 행정부와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주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행사에서 "국민들은 미국 경제가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회복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주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고무됐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며 "오바마를 직접 깎아내리지는 않았지만 집권해도 '오바마 3기'처럼 운영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