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국제기준에 맞춰 현실화한다」. 금융감독원이 17일 밝힌 「자산건전성 분류방안」은 국내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선진국의 룰」에 적용시킨다는데 기본 틀을 두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여신에 대해 과거와 같은 담보유무·연체기간 등 단순개념에 해당기업이 미래에 얼마나 빚을 갚을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잣대를 새롭게 첨부했다는데 의미를 가진다.◇무엇이 달라졌나= 우선 자산건전성의 분류대상 자산이 확대됐다. 종전 대출금과 유가증권 등 13가지로 한정됐던 분류자산이 은행권 콜론·RP(환매조건부채권)매수 등에까지 포괄됐다. 건전성의 분류명칭도 변경된다. 현행 요주의여신은 「관찰」이란 이름으로, 고정은 「관리」로 각각 바뀐다. 충당금 설정 기준도 변경됐다. 정상(0.5%)·관찰(2%)·관리(20%)·추정손실(100%) 등은 종전과 같으나, 회수의문 여신은 현행 75%에서 50%이상으로 대폭 낮춰진다.
변경내용중 핵심은 자산건전성의 분류원칙. 「미래의 상환능력」을 첨가, 기업에 대한 총체적 분석을 건전성 분류에 도입한 점과 대손충당금 설정을 상황변화에 적극 대처토록 「현실화」한게 골자다. 그러나 여신규모가 작은 기업은 채무상환능력 평가를 생략, 연체기간·부도여부 등을 기준으로 삼는 현행 지침이 적용된다. 우선 미래상환능력(FORWARD LOOKING CRITERIA). 종전 국내 금융기관들은 개별 기업여신에 대한 담보유무 및 연체기간 등 「단순지표」만을 갖고 건전성을 분류해왔다. 미래상환능력은 이같은 종전 기준에 기업이 현재 처해져 있는 종합적 상황, 즉 업종환경·미래의 현금흐름 등 재무제표상에 나타나있지 않은 포괄적 지표들을 더하게 된다. 당연히 건전성 분류도 대폭 강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정상여신이었던게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혀 금융기관의 「골칫거리(충당금 적립대상)」로 뒤바뀌게 되기 때문. 금감원 관계자는 『차입금을 통해 이자를 갚으면 정상기업으로 간주됐던 과거의 「허울좋은」 분류는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준변화의 또다른 핵심인 「현실화작업」은 부도기업에 대한 여신분류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금융기관들은 종전에는 부도기업의 경우 청산·파산 등 법적절차에 의해 최종 손실로 확정되기 이전에는 회수의문으로 분류돼 회수예상가액 초과액(무담보여신)의 75%만을 충당금으로 설정하면 됐다. 그러나 앞으론 청산·파산절차의 진행 또는 폐업을 진행중인 상태에서도 금융기관은 무담보여신을 추정손실로 분류, 그 즉시 100%의 충당금을 설정해야 한다. 물론 담보여신은 50% 적립 그대로 적용된다. 반면 「채무재조정 여신」에 대한 「어드밴티지」 조항도 삽입됐다. 문제기업이 금융기관과 체결한 협약을 6개월 이상 성실히 이행할 경우 「정상」으로 분류토록해 금융기관의 부담을 다소 덜어준 것. 워크아웃 작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적극적 동기를 금융기관에 부여해준 것. 그러나 이는 2001년까지 한시 운용되며 이후에는 20% 이상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시행되기까지의 절차와 운용방법= 최종방안은 이달말, 늦어도 내달초까지 IMF와의 협의 및 금융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나온다. 본격적인 시행은 시뮬레이션이 끝나는 12월부터. 금감원은 제도정착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개별은행내에 자산건전성 분류 담당조직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할 방침. 금융기관이 자체설정한 신용평가모형 및 여타 세부기준의 적정성을 올 하반기 점검할 예정이다.
◇문제점은 없나= 이번 작업의 핵심잣대중 하나가 개별금융기관의 자율적 잣대를 등장시켰다는 것. 역으로 말하면 같은기업의 동일여신이라도 금융기관에 따라 건전성분류기준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개별기업으로선 불리하게 분류됐다고 판단될 경우 「소송」까지도 불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래상환능력도 마찬가지. 현재 국내 은행들은 이렇다할 평가모형이 없다. 기업의 여신을 정확하게 판단할 전문가(이코노미스트)도 없다. 전체적인 업종환경 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인적·물적 토대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얘기. 이는 자칫 금융기관과 기업간 신용경색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케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시안을 본뒤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강화시키는 취지는 좋으나 개별기업들의 상황을 과연 냉철하게 판단할만한 능력을 국내 은행들이 갖추고 있는지 의문시된다』며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