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집트 현지 사무소 폐쇄·공장 올스톱…"중동 제4시장 잃을까 우려"

[이집트 시위 사태 격화] 국내 산업계 파장<br>기업들 "안전 확보 최우선"… 직원·가족 속속 피신·귀국 조치<br>자동차·가전 판매 위축이어 건설 플랜트 수주 악영향 우려<br>정유사 원유가격 예의 주시 등 업계마다 대응책 마련 부심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면서 우리 기업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이번 사태가 악화되고 장기화될수록 수출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 현지 사무소를 임시 폐쇄하고 가족을 한국으로 귀국시키는 등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을 마련해 가동에 들어갔다. ◇현지 사무소 임시 폐쇄, 가족들은 속속 귀국=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기업들은 현지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무소 등을 임시 폐쇄하는 조치까지 내렸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지난 30일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아프리카 지역본부를 임시 폐쇄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ㆍ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의 현지 주재원들은 중동지역본부가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로 대피하고 가족들은 모두 한국으로 보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집트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 때문에 주재원의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당분간 두바이에서 업무를 지속하고 사태가 종결되면 다시 이집트 사무소를 가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 역시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설립한 이집트 사무소 직원들을 모두 두바이 사무소로 이동하도록 하고 가족들은 한국으로 귀국시키기로 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현지 사무소 직원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두바이로 모두 대피시키고 가족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으로 귀국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주재원 가족들을 우선 철수시키고 직원들은 상황 전개와 대사국 지침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공장 가동도 전면 올스톱=현지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공장 가동 전면 중단이라는 극단의 처방을 내렸다. 사태 악화로 공장의 피해 가능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의 안전까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집트에 TV 생산공장이 있는 LG전자는 사태가 가장 심각한 이집트 카이로에서 150㎞ 떨어진 이스말리아에 위치해 있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물리적 피해는 없지만 현지직원과 파견 임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공장 문을 닫았다"며 "TV판매에도 타격을 입고 있어 당분간 공장 가동 중단은 불가피하지만 사태가 진정될 경우 곧바로 가동시킬 방침"이라고 전했다. 카이로에서 자동차로 2시간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는 수브라 엘 카이마에 위치한 동일방직도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사태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또 폴리에스터 직물을 생산하는 마이다스도 공장 가동 중단을 심각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 차질 불가피=업계는 중동 국가 가운데 UAEㆍ이란ㆍ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수출시장을 잃을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기업은 자동차부품ㆍ합성수지ㆍ건설중장비ㆍ변압기ㆍ타이어ㆍ의약품 등에서 총 22억4,000만달러를 수출했다. 우리나라의 대 이집트 직접투자는 광업 2건에서 1억2,800만달러, 제조업 7건에서 2,800만달러 등 1억5,600만달러 규모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이집트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판매 대수가 약 2만 여대로 소요사태가 더욱 장기화될 경우 현지판매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판매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판매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는 이집트 사태가 주변국으로 확산될 경우 현지 플랜트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장 눈앞의 피해는 없지만 신규 발주 지연으로 수주 기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와 석유화학 업체는 이번 사태로 향후 중동 정세 불안이 국제 원유 및 납사 가격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이집트에서 수입하는 원유는 거의 없고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물량도 없다"면서 "하지만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변동이 정유업체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KOTRA의 한 관계자는 "현지 진출 기업의 가장 큰 우려는 수출 차질"이라며 "무엇보다 중동 제4시장을 잃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급격한 사태악화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바이어들과 사전에 생산일정을 조율하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바이어로부터 주문접수 후 제품을 생산했거나 원부자재를 구입한 중소기업의 금전적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기업들은 무엇보다 바이어들과의 연락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하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체시장 발굴을 고려해야 한다고 KOTRA 측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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