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상근감사 폐지한다는데… 감사위원회라고 믿을 수 있나

사외이사들 일주일에 한번 꼴 출근·전문성 떨어져 "현미경 감사 어려울것"<br>"상근감사 독립성 강화하되 철저한 책임 추궁 바람직"


#1.지난해 말 신한은행은 당시의 전ㆍ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배임ㆍ횡령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사외이사들 중심으로 구성된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 감사위원회는 해당 의혹을 사전 감지하기는커녕 사후 진상규명도 하지 못했다. #2.국민은행에서는 강정원 전 행장은 현직이던 지난 2008년 외부자문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41.9%를 인수했다. 이 인수 결정으로 국민은행은 수천억원대 손실을 입었으며 이것이 빌미가 돼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강 전 행장은 중징계를 받았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국민은행 감사위의 활동은 유명무실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최근 낙하산 인사 논란을 사고 있는 금융회사의 상근감사제를 폐지하고 사외이사 위주의 영미식 감사위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감사위원회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대형 금융사 감사위가 사외이사 위주로 운영되고 있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사전 경보는커녕 사후 진상 파악조차 제대로 못해온 탓이다. ◇비상근 감사만으로는 '현미경 감사' 어렵다=한 대형 금융사의 전직 사외이사는 "감사위가 자주 열려봐야 한 달에 한번 꼴인데 매일 출근하는 상근감사도 다 잡지 못하는 위험사항을 비상근하는 사외이사들이 어떻게 현미경 들여다보듯 파악하겠느냐"고 전했다. 한 은행의 임원도 "사외이사들이 감사위를 열더라도 심의자료와 지원인력을 (피감대상인) 금융사로부터 제공 받기 때문에 독자적이고 심도 깊은 감사활동을 하기는 어렵다"며 "회계ㆍ금융전문가 출신 사외이사라도 금융사의 실무를 깊이 아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설사 사외이사가 전문성을 확보했다고 해도 제대로 경영견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금융권에서는 경영진이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를 사외이사로 앉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감사 안건에 사외이사가 직ㆍ간접적인 인사ㆍ대출 청탁 등으로 연루됐을 경우 감사위의 심의 기능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은 '상근감사제도의 본질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2001년 엔론 회계부정 사태와 함께 미국 감사위원회제도마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감사제도의 모델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며 영미식 감사 모델의 한계를 지적했다. ◇상근감사 독립성 높이되 책임추궁 강화가 바람직=일본은 2003년 상법 개정을 통해 영미식 감사위원회제도 도입한 후에도 1993년부터 개시한 기존의 다층적감사제도(일명 감사회 제도)를 버리지 않았다. 일본은 기업이 3인 이상의 복수감사(사외감사 포함)로 구성된 감사회를 구성하고 그중 1인을 상근감사로 호선할 수 있도록 한 기존 제도를 유지했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의 인적 풀(pool)이 얇아 영미식 감사위원회가 이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 논란을 피해보겠다고 상근감사제를 폐지하는 것은 벼룩 잡으려 집 태우는 격"이라며 "상근감사가 보다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보조기구(감사부속실 등) 지휘통제권과와 내부정보접근권을 강화하고 그 대신 부실감사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추궁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영미식 모델이 아닌 독일식 감독이사회(Aufsichtsrat) 시스템 도입을 중ㆍ장기적으로 검토해볼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감독이사회는 경영이사회와 분리된 이원화 이사회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데 종업원 대표 등도 참여한다. 그만큼 기업 '오너-경영진-사외이사' 간 결탁을 견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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