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국가 최고(最高)감찰기관, 감사원이 흔들린다.

1963년 창설된 감사원은 명실상부 국가 최고의 감찰기관이다. 추상같은 엄정함으로 인해 각 부처는 물론 공공기관이 가장 부담스러워하고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그런 감사원이 창설 48년 만에 흔들리고 있다. 감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등의 비위사실을 밝혀냈지만 역설적이게도 감사과정에서 청탁과 전관예우, 금품수수 등의 추문에 휩싸인 게 드러나면서다. 비록 전(前)감사원장인 김황식 국무총리가 “감사원 감사야말로 저축은행 문제를 근본적으로 들춰내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구속되고, 일부 감사위원의 비위업체 접촉설이나 로비설 등이 흘러나오면서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감사과정에서 엄청난 압력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로비의 대상이 된 인물이 더 있지 않겠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낼 정도다.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감사원은 최재해 기획관리실장을 단장으로 해 독립성 확보와 비리 재발 방지를 위한 ‘감사운영개선대책 TF’(가칭)를 만들었다. 내부정비를 통해 외부의 흔들기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감사원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관련한 검찰 수사 및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악의적인 감사원 흔들기”라고 반발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떨어진 신뢰로 인해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감사원 안팎에서는 감사원의 이 같은 추락을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도 독립기관인 감사원에 낙하산 인사를 문제삼고 있다. 내부에서는 대선 캠프 출신(은진수 전 감사위원)을 감사위원으로 밀어 넣는가 하면 감사원장마저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을 기용하려다 무산돼 거의 반년이나 감사원 수장을 비워놓는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정권 낙하산 인사 때문에 그간 쌓아온 감사원의 신뢰에 엄청난 금이 갔다”고 말했다. 내부의 조직윤리도 문제삼고 있다. 감사관의 경우 외부인이나 감사대상 기관과는 개별적으로 절대 만나지 않는데 위에서는 그런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감사원장 시절)저축은행 감사를 하니 오만 군데에서 청탁이 왔다”는 김 총리의 발언은 사실상 감사원장마저 로비나 청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 사태의 확산을 가져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의 실질적인 독립을 위한 방안들도 거론되고 있다. 감사원은 자체적으로 감사원 직원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별도 법안을 만드는 방안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감사원법까지 개정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의 독립성 제고 방안으로 종종 거론된 바 있는 ‘대통령 수시보고’ 규정 개정과 감사위원 제척 사유 강화, 감사위원의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 포함 방안 등도 개선책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감사원을 국회산하로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김 총리는 2일 국회답변에서 “어디 속하든 간에 감사원의 독립성 중립성 확보 제도만 갖춰지면 문제 없다”면서도 “미국은 정치권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감사원장 임기 15년으로 하고 있다”고 국회에 두더라도 독립성을 보장할 장치 마련이 우선임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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