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유로존 미래 가를 伊 위기 해법


지난 7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최근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리는 7%를 상향 돌파했다. 만기가 돼 돌아오는 국채를 계속 차환(roll-over)해야 하는 이탈리아 정부 입장에서는 더 비싼 금리로 빚을 내 싼 금리로 조달한 빚을 갚아야 하므로 이자비용이 늘어난다. 유럽의 전형적인 저성장 국가인 이탈리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 수준에 이르는 높은 국가채무다. 현재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그리스ㆍ아일랜드ㆍ포르투갈의 국가채무가 지난 2008년의 글로벌 경제위기 기간 동안 갑자기 증가한 것과 달리 이탈리아의 높은 국가채무는 만성적 성격을 띤다. 이탈리아의 국가채무 수준은 지난 20년 동안 유로존 가입 시점인 1999년을 제외하고는 10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伊 국채값 급락땐 은행들 비틀 만성적 채무국인 이탈리아가 국가재정을 꾸려갈 수 있었던 것은 유로화 도입 후 모든 유로화 사용국의 국채금리가 독일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돼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수월하고 금리, 즉 이자부담이 적어 공공재정에 압박을 덜 받은 덕분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탈리아는 그동안 '유럽의 일본'으로 불리곤 했다. 하지만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국가채무 수준이 높은 국가들은 순식간에 채무상환 위기에 빠져들었다. 특히 세계 7위 경제대국이자 그리스보다 경제규모가 7배 이상 큰 이탈리아의 위기는 유로존을 크게 압박하고 있다. 프랑스의 주요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 국채는 530억유로로 그리스 국채(101억유로)의 5.2배가 넘는다. 따라서 이탈리아 국채 가격이 급락할 경우 프랑스 은행권이 받게 될 손실은 엄청나고 프랑스 은행권 등을 통해 모든 유로존, 세계경제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국채 규모를 감안할 때 이탈리아 재정위기에 대한 지원 방식은 그리스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로존 국가들은 정치적 합의를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지원안을 도출해낼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의 위기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유럽 재정위기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유로존 은행들의 자본확충 문제다. 지난 10월 유로존 정상회의에서는 내년 6월까지 유로존 주요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을 9%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재정위기는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는 유로존 은행 간의 채무 관계를 통해 확산되기 때문에 신용경색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은행의 자본확충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 현재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프랑스 정부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은행 지원에 활용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적인 국채 매입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독일 정부는 EFSF 사용에 앞서 각국이 자체 예산을 통해 대응해야 함을 강조하고 ECB의 국채 대량 매입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본확충 방안 빠른 합의 절실 두 국가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다. 프랑스는 선제적인 은행 건전화를 통해 전체 유로존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고 독일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금융위기 해결의 정석으로 평가 받는 '크고, 과감하고, 빠른(Big, Bold, QuickㆍBBQ) 조치'가 필요하다. 문제는 글로벌 경제위기 때인 2008년에 비해 현재의 각국 재정상황이 악화돼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민간 부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유로존 국가들이 자국의 이해 관계를 뛰어넘어 과감한 정치적 결단을 하고 빠르게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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