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2기 경제팀, 시간이 많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1년에 세 번 큰일을 치른다. 첫 번째는 12월 발표하는 새해 경제정책 운용이고 한여름 내놓는 세제개편이 두 번째다. 마지막이 9월쯤 하는 새해 예산편성 발표다. 하나같이 중대한 사안이라 경제수장이 직접 언론사 데스크와 논설위원을 상대로 사전 브리핑을 한다. 정책 기조와 세법 개정, 나라 살림살이 모두 국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만큼 설명 자료도 방대하다. 세법 개정안은 소책자 3권 분량에 페이지 수만도 300쪽에 이른다. 그래서 기재부 공무원들은 3대 정책과제를 1년 농사짓기에 비유한다.

7월 출범한 최경환 경제팀은 세 가지 농사 가운데 벌써 두 번째 씨앗을 뿌렸다. 2기 경제팀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새 경제팀 경제정책 방향이라고 이름부터 달리 붙였다. 단순히 포장만 달라진 게 아니라 내용도 통째로 바꿨다. 창조경제를 찾다 허송세월한 반성이라도 하듯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이 골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며 결연한 각오를 밝혔다.

창조경제 찾다 허송세월 1년


최경환표 경제정책은 가계소득 확대를 통한 내수 살리기에 방점이 찍혀있다. 46조원에 이르는 경기부양용 실탄투입을 동원한 것이나 파격적인 규제 완화, 기업소득의 가계 환류를 겨냥한 세법 개정까지 일관된 흐름이다. 경기 살리기에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유보금 과세로 불리는 기업소득 가계환류 세제 3종 세트는 최 부총리 말마따나 지도에 없는 파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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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대책에 시장은 반색이다. 2기 경제팀 정책을 과감한 돈 풀기에 나선 그린스펀과 버냉키에 빗대 '최경환의 풋(put)'이라고도 한다. 주가 하락장의 손실을 나중에 일정 가격에 팔아 벌충할 수 있는 '풋 옵션'에 비유한 말이다. 다음 달 베일을 벗는 내년 예산편성도 확장적 기조가 예고돼 있다. 교체된 수장이 불과 2개월여 만에 세 가지 화살을 한꺼번에 쏠 기회를 갖는 것은 어려운 여건에 처한 경제팀에게는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시장만 호의적인 게 아니다. 오는 14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도 경기 진작에 힘을 보탤 분위기다. 앞서 한은은 새 경제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유동성 공급을 3조원 증액한 바 있다. 1년 전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 한은이 대출을 늘리고 그 다음달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을 현시점과 연관 짓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당의 재보궐선거 압승도 정책 환경에 유리하다. 2년간 큰 선거판도 없고 박근혜 대통령도 경제에 관한 한 최 부총리에 일임했다. 우리 경제의 대내외적 여건은 최악이지만 최 부총리를 둘러싼 정책추진 환경은 역대 어느 경제팀장보다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건은 정책의 약발이다. 불행하게도 새 경제팀에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첫 번째 시련은 10월쯤이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는 시점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다음 행보, 다시 말해 금리인상 시기를 가늠할 것이다. 대략 내년 하반기 정도로 예상되는 미국 금리인상은 최부총리의 입지를 뒤흔들 수 있다. 연준은 전통적으로 금리정책의 방향성을 틀면 한쪽으로 급속히 옮아간다. 한은으로서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는 의미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내년 물가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 물가 전망치는 한은 억제 목표치 범위에 들어온다. 이주열 총재로서는 최경환 부총리를 측면 지원하는 인내력에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새 경제팀은 이 시기까지 어떻게든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가계소득이 늘어나 소비증가->내수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골든타임이 그리 길지 않은 것이다. 최경환의 풋과 이주열의 풀(금리인상)이 결합하면 최악이다.

'최경환 풋-이주열 풀' 엇박자 피해야

더 큰 시련은 재정악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펑크가 불가피하다. 공기업을 민영화하지 않는 한 세외수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도 없다. 내년 하반기에는 재정 동원에 한계가 봉착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과도 맞물린다. 현 정부의 임기도 반환점을 돈다. 국정의 구심력이 커지는 시기다. 최 부총리가 3대 함정으로 지목한 '축소균형'을 확대균형으로 전환하는 데 실패하면 나라 곳간만 축내는 꼴이 된다. 지나친 조바심은 일을 그르치지만 시간은 결코 최경환호에 유리하지 않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싸늘히 식은 경제를 달아오르게 하는 데 너무 촉박한 게 최경환 풋의 근본적 한계일지 모른다. /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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