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와타나베 부인'들이 달러 약세에 베팅했지만 헤지펀드 등 외국인 투기세력이 달러 매수에 몰리면서 눈물의 대량 손절매를 단행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와타나베 부인들이 미국 경기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달러 상승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달러를 매도해 이익을 챙기려 했으나 외국인 세력이 대거 달러를 매수하면서 허를 찔렀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엔·달러 환율이 121엔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무렵인 지난 20일 전후로 50억달러의 대규모 달러 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매도 규모는 엔화약세가 시작됐던 2012년 11월 이후 최대였다.
와타나베 부인은 일본의 흔한 성인 '와타나베'에서 유래해 일본 주부 재테크그룹을 일컫는 용어지만 지금은 국내의 초저금리를 활용해 엔캐리 트레이드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일본 개인투자자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의미가 확대됐다.
외국인 세력은 미국 경기 둔화가 겨울철 악천후나 미국 서부의 항만파업 같은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고 반대 포지션을 구축해 와타나베 부인들의 허를 찔렀다. 이런 상황에서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 발언도 달러 상승에 베팅한 세력에 힘을 보탰다. 22일 옐런 의장의 발언 이후 시장은 바로 반응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123엔대로 올라섰다. 28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엔화는 한때 달러당 124.46엔을 기록해 엔화가치가 1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달러 상승에 더욱 탄력이 붙은 데는 외국인 투기세력들의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 사냥'에 따른 영향도 있다. 외환 투자자가 거래 과정에서 증거금에 일정한 평가손이 생기면 자동으로 반대매매에 들어가는 로스컷 기능이 있는데 외국인 세력이 달러 매수를 걸어 와타나베 부인들의 로스컷을 유도한 것이다.
현재로는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외국인 세력이 와타나베 부인보다 우위다.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에서 미국 중고주택 판매와 내구재 수주가 개선됐다는 긍정적 지표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공적연금·생명보험사·투신 등이 자금운용 대상을 미국 국채를 포함한 달러 자산으로 옮기는 것도 달러 상승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다만 신문은 수세에 빠진 와타나베 부인들이 만회를 노리고 있어 향배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애초 달러 강세를 초래했던 그리스 사태가 협상을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나 "환율 급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의 견제 발언 등이 와타나베 부인들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