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일자리가 노인 복지다

박용주

"선생님, 이 일 없으면 지는 굶어 죽어예."김 할머니께서 울먹이셨다. 얼마 전 노인일자리 현장에서 만난 70세 김 할머니의 한 달 평균 수입은 노인일자리사업에서 받는 20만원을 포함해 총 40만원 정도이다. 그냥 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정말로 주린 배를 움켜잡을 수 있는 형편이었다.

노인 때문에 청년일자리 줄지 않아

201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가운데 김 할머니와 같이 빈곤한 노인은 45.1%에 달한다. 현 세대 노인 절반이 가난한 상태라는 의미다. 2004년부터 정부에서는 이러한 노인 빈곤의 대안으로 '노인일자리사업'을 시작했다. 주 3일, 하루에 3~4시간 정도 일하고 월 급여 20만원을 받는 형태다. 처음 시작 당시 2만5,000개였던 노인일자리는 현재 23만개로 늘어났다. 노인일자리사업 참여 어르신은 김 할머니의 경우처럼 '밥 한끼'가 달려 있는 아주 절박한 상황이 대부분이다. 이분들에게 노인일자리는 인생의 마지막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어르신들의 절실함을 인식하고 일자리 숫자를 증가해왔다. 이 과정에서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오해가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노인일자리가 청년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얘기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노인일자리는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 공동작업장, 학교주변 교통안내처럼 청년층 일자리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참여 어르신의 평균 나이는 73세로 청년일자리와는 분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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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일자리가 청년일자리를 잠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결과에서 입증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세대간 고용대체 가능성 연구'에서는 '세대간 고용 대체설'은 성립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최근 시행한 연구결과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OECD 15개국에서 중고령층 고용률이 상승할수록 청년층 고용률이 높아졌다.

노인일자리와 청년일자리 사이를 향한 오해는 자세히 보면 이해로 바뀐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청년과 함께하는 사업으로 청년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노인일자리사업을 전담하는 '시니어클럽'이 전국에 113개가 조직돼 있고 여기에 약 700명의 청년이 근무 중이다. 시니어클럽 이외에도 노인복지관 등 여러 기관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을 관리하기 위한 청ㆍ장년층 전담인력이 1,500명에 달한다. 노인일자리사업이 활성화될수록 주부, 청년의 일자리가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이면 노인 인구비율이 전체 인구 중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일자리는 더욱 확대돼야 하며 청년일자리도 더불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하는 노인 늘려 고령사회 대비해야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에는 "노인의 가난은 모든 형태의 가난들 중 가장 차가운 궁핍"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춥다. 혹독한 노년기 빈곤은 자살ㆍ우울증ㆍ사회범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다행이 새 정부에서는 노인 빈곤에 문제 의식을 갖고 노인일자리를 현재 23만개에서 2017년까지 매년 5만개씩 늘린다고 발표했다. 연간 참여수당과 참여기간도 늘어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 노인일자리는 빈곤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께 더욱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또한 '함께'를 기본 바탕으로 '노(老)-청(靑)상생'의 모습을 띠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세대갈등이 고조되는 한국사회에 노인과 청년의 아름다운 상생 이야기를 널리 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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