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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잠에서 깨어나기 위해 더듬이를 바짝 세운 보험사가 있다.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는 교보생명을 두고 하는 얘기다.
텃밭이라 할 보험산업에서의 꾸준함 외에 별 다른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했던 교보생명이 활로 모색에 사활을 걸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최근 ING생명 한국법인에 대한 관심을 피력한 것이 단적인 예다. 금융지주를 비롯해 보험사들이 경기침체 여파로 일찌감치 내실 모드로 전환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남다른 행보다. 그만큼 위기감이 강하다는 우회적인 증표로 볼 수 있다.
◇위협받는 '빅3'=교보생명은 최근 주력인 보험업에서 주춤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신계약 가입금액 기준)이 지난 2009회계연도 14.83%에서 ▦2010년 13.79% ▦2011년 12.49% ▦2012년(2011년 4~11월) 11.86%로 내리막을 타고 있다. 지난해 한때는 4위인 신한생명과의 격차가 상당 부분 좁혀지기도 했다. ING생명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런 추세에 브레이크를 걸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ING생명을 인수하게 되면 자산규모도 현재 66조원에서 88조원 수준까지 커져 한화생명(73조원)을 너끈히 제칠 수 있다. 지난해 ING생명 아태법인 쪽에도 관심을 가졌지만 결국 M&A판에서 발을 뺐던 교보생명으로서는 두 번째 도전인 셈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보험사 설립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보험에 부쩍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젊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활로 찾기 전방위 모색…KB금융과의 합병까지 추진=교보생명의 행보를 유난히 주목하는 데는 활로 모색이 전방위적이고 파격적이라는 점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서울경제신문의 단독취재 결과 지난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교보생명 주식을 KB금융 신주와 맞교환하는 형태의 지분 스와프 딜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KB금융에 주식 맞교환 형태로 합병을 제안한 것. 당시 경영권 등을 감안해 신 회장의 지분을 한자릿수로 묶기 위해 KB금융과 상당히 구체적인 수준까지 논의가 이뤄졌지만 성사 8부 능선에서 결국 무산됐다. KB 측이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합의만 됐다면 전격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KB금융과의 합병 논의에는 교보생명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는 지분구조가 얽혀 있었다. 교보생명이 최근 의욕적으로 성장동력 찾기에 주력할 수 있는 데는 지난해 지분 매각에 성공한 것이 일조했다. 교보생명은 대우인터내셔널ㆍ한국자산관리공사의 지분 33%가량을 싱가포르투자청 등에 쪼개 팔아 경영권 방어의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보생명이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면서 증시 상장 시기에도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당장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내년 이후를 염두에 두는 뉘앙스지만 M&A 결과 등에 따라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보험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상대적으로 영업 드라이브도 적었고 해외시장 진출에도 뒤처지는 감이 없지 않았다"며 "최근 저성장ㆍ저금리로 보험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교보생명이 돌파구 찾기에 더 골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