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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 총장 재신임은 받았지만…
입력2011.04.15 18:01:53
수정
2011.04.15 18:01:53
학사운영 개선등 주도권<br>혁신비상위원회에 넘어가<br>사실상 '식물 총장' 가능성
| 서남표 KAIST 총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JW매리어트 호텔에서 KAIST 임시이사회 시작 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주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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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이사회가 학생과 교수의 잇단 자살로 학내외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온 서남표 총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사실상 재신임했다. 이에 따라 서 총장의 거취문제는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차등등록금제가 폐지되고 100% 영어강의의 축소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서 총장의 대학 개혁 동력과 리더십이 이미 회복 불능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학사 운영 개선과 관련한 논의의 주도권이 새로 구성될 혁신비상위원회에 넘어가면서 서 총장이 자칫 '식물 총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 총장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KAIST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이공계 대학으로 발돋움시키기 위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높다.
KAIST 이사회는 15일 오전 JW메리어트호텔에서 전체 이사 16명 중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임시이사회를 열고 최근의 잇단 자살 사태와 관련해 학사운영 개선 방안을 학교 측의 보고를 받았다. 이날 이사회에서 대부분의 이사들은 서 총장이 주도한 대학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징벌적 등록금제 폐지 등 학사운영 개선안에 대해서는 교수와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완성된 내용을 추후 보고받기로 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관심사였던 서 총장의 거취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오명 이사장은 이사회 직후 기자들에게 "총장 거취 논의를 하는 자리가 아니었고 KAIST 발전 방안을 논의한 뒤 그 부분을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상 서 총장에 대해 재신임 의사를 밝힌 셈이다. 서 총장도 향후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사진이 대부분 서 총장과 친밀한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결과는 이미 예상됐지만 이사회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끝나자 KAIST 내부는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날 이사회에 사전 예고 없이 참석해 요구안을 제출했던 총학생회 측은 "학생의 참여권을 제대로 보장하라는 요청이 전혀 다뤄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내일까지 학생 의결권 보장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별도의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서 KAIST는 지난 12일 발표했다 5시간 만에 철회한 학사제도 개선안을 그대로 보고했다. 개선안은 성적과 연동해 등록금을 차등 부과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학부 동안 수업료 전액을 면제하고 100% 영어강의도 교양과목은 제외하기로 했다. 또 학사과정의 학업 부담을 약 20% 경감하고 입학 이후 2학기 동안 학사경고를 면제하는 내용이다.
이 같은 개선안에 대해 학생들은 학생 사회와 전혀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이는 서 총장으로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이다. 그동안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개혁 정책의 포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학사제도 개선안은 앞으로 구성될 혁신비상위원회에서 다뤄질 부분이지만 대학 측이 이 같은 방안을 제시한 만큼 대부분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서 총장의 지난 5년 동안의 개혁 정책은 상당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원점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특히 혁신비상위로 학사운영 및 교육개선 논의의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서 총장은 사실상 식물총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서 총장은 대학 개혁에 대한 지지여론을 바탕으로 교수ㆍ학생 사회와 소통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모색하려 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과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대학 개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장희 가천의과학대 뇌의학연구소장은 "서 총장의 개혁 방향은 옳았지만 지나치게 학부 중심의 개혁을 추구하다 보니 부작용을 낳았다"면서 "학부 경쟁력 강화 못지않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학원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해 KAIST가 명실상부한 연구중심대학으로 거듭나야 하며 이 과정에서 서 총장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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