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낭독공연, 이젠 어엿한 공연장르로

단순 외국 희곡 소개 역할 벗고 문학작품과 연출 접목 본격화 일반소설·극단으로 점차 확산<br>'니부모…' 등 관객 호평 힘입어 정식 공연으로 무대 오르기도

지난 1월 명동예술극장에서 펼쳐진 낭독공연‘니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사진제공=명동예술극장

공연과 문학을 접목한 '낭독공연'이 국내에서도 하나의 공연장르로 정착하고 있다. 문학인 특유의 좋은 글귀와 문장이 관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낭독 공연은 조명이나 음향 등 무대장치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연극전문 배우들이 대본을 실제 연극을 할 때처럼 읽어나가는 공연. 당초 공연전문가들이 외국의 창작 희곡을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도입했지만 최근 문학작품과 전문적인 연출이 본격적으로 접목되면서 희곡대신 일반소설로, 실험극단에서 일반극단으로 확산되고 있다. 요금도 저렴하다. 일부 공연의 경우 인큐베이팅(작품 개발) 과정의 하나로 관객과 만난 뒤 관객들의 호응을 바탕으로 공식 무대에 올라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은 지난 2월 28일부터 '박완서, 배우가 다시 읽다'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배우가 읽어주는 소설'이라는 시리즈의 하나로 선보였던 것을 앵콜 공연하는 것이다. 4월 27일까지 매주 화요일~금요일 진행되는 이 공연에선 고인의 작품 중 '그리움을 위하여''티타임의 모녀''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등 4편을 배우 김연지, 김지영, 양말복, 강애심, 천정하와 시인 전경자가 읽어 준다. 공연 중간중간 박완서 작가의 결혼식 장면 등 옛 영상이 펼쳐져 관객의 눈길을 잡는다. 관람료도 1만원으로 저렴하게 책정했다. (02)747-3226.


지난 8일~24일까지 서울 홍익대 근처 산울림 소극장 무대에 올려진 '단편소설입체낭독극장 2012'도 낭독공연으로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인 올 공연에서는 소설가 천명관의 '더 멋진 인생을 위해', 윤성희의 '어쩌면', 김중혁의 '1F/B1'이 대학로 연출가들의 연출로 무대에 올려졌다. 산울림극장 공연기획자 김희정씨는 "전문배우들이 최대한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소설을 읽어주는 형태"라며 "반응이 좋아 낭독공연을 매년 페스티벌 형태로 정기적으로 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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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낭독공연의 경우 정식으로 무대에 올려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오는 5월~7월 디큐브아트센터 무대에 올라가는 '니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지난 1월 명동예술극장의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뒤 무대에 정식으로 오른다. 손숙, 김난희, 박용수, 박지일, 이대연, 백지원, 손종학, 길해연, 서이숙, 장영남, 서은경, 우미화, 김재건, 신덕호, 최승미, 안준현 등 쟁쟁한 배우들이 합류했다. 길해연, 박용수의 경우 낭독공연에 참여한 뒤 공식 무대에도 선다. 학원폭력과 이지메 문제가 국내 상황과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평을 받았고 공연기획사 신시컴퍼니의 눈에 띈 것이다. 일본 다자이 오사모 작(作) '개는 맹수다'의 경우도 산울림극장의 낭독공연 '단편소설극장전'에 참가한 뒤 지난해 정식 연극무대에 올려졌었다.

명동예술극장 이미란 과장은 "일본에서는 낭독공연이 매우 활성화 돼 있다"며 "문학을 가까이 할 기회가 적은 젊은 관객들이 연극을 통해 문학을 접하는 기회로 낭독공연을 활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승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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