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회화+조각+사진… 상상과 현실 사이 묘한 끌림

설치작가 유현미 개인전 '굿럭' 갤러리인서 내달 1일까지 열려<br>십장생·길몽 시리즈 선보여


십장생No.11

테이블 위의 석류

"사진 위에 색칠을 한 건가?" "아니지, 색칠한 그림을 찍은 거잖아." 설치작가 유현미(47)의 개인전 '굿럭(Good Luck)'이 열리고 있는 팔판동 갤러리인에서 젊은 관람객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다. 유현미의 전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정답은 '색칠한 후 찍은 사진'이라는 쪽이 근접했다. 그의 작업 과정을 보자. 우선 작가는 영감을 스케치로 그린다. 그런 다음 그 장면을 조각과 설치로 '현실화' 한다. 설치과정 중간에 사진을 찍으며 위치를 확인한다. 이후 설치된 조각 뿐아니라 벽과 천장, 마룻바닥에까지 꼼꼼하게 색을 칠한다. 이 채색과정을 통해 3차원의 사물은 2차원 평면에 납작 붙은 듯 보이게 된다.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 다음 사진을 찍어 완성작을 선별한다. 사진은 전혀 가공하지 않는다. 조각을 전공한 유현미는 디자인ㆍ회화ㆍ사진 등에 두루 관심을 가져오다 1991년 NYU(뉴욕대학교) 졸업전시를 통해 '물체와 사진의 결합'을 시도한 이 같은 기법의 시리즈를 처음 선보였다. "감상자들이 종종 논쟁을 벌인다고 하더군요. 분명하게 보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입체인 동시에 평면이고, 회화이며 사진인 것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니 그럴 만합니다. 색과 붓질이 살아있는 회화이면서 조각적으로 공간을 느끼고 또 사진적 다큐멘터리성을 동시에 보여주려는 것이죠. 그렇다고 난해함을 주려는 건 아닙니다. 현대미술을 어렵다고 하지만 저는 가장 원론적인 기법들 안에서 오히려 새로움을 찾습니다. 현실일까 상상일까 알듯 말듯한 그런 묘한 끌림이 있다면 감상은 충분합니다." 그래서 기법은 복잡하지만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다. 이번 전시에는 기복(祈福)을 주제로 십장생, 길몽 시리즈를 선보였다. "동서양 모두 전통적인 미술의 주제는 복을 기원하는 것"이었다는 작가는 "행운을 상징하는 요소들은 '눈을 즐겁게 해 마음을 정화하고 복을 부른다'고 해 패턴화됐고 문화권 안에서 공감대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붉은 지구의는 태양, 노란 지구의는 달을 상징하고 물을 뜻하는 생수병과 종이학 등이 현대적 분위기의 십장생도를 구성한다. 씨앗이 속을 꽉 채워 번영을 상징하는 석류, 포동포동 살찐 돼지와 계단에 진을 치고 있는 뱀 등의 신작을 볼 수 있다. 작가는 2002년 아트선재센터 주차장을 불바다(?)로 만든 '불, 중독, 바람' 프로젝트로 유명하며 2009년 몽인아트센터 전시 이후 시간성을 보여주는 영상작품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 유현미는 개념미술가 김범(48)과 함께 미술계의 대표적인 작가 부부로 활동 중이다. 서울대 재학시절에 만나 삶의 동반자로 살아오고 있지만 작업실 만큼은 평생 '각방'이란다. 예술에서 각자의 영역을 철저히 존중하기 때문. 예술가 가족으로 시아버지가 세종로 이순신 장군상을 만든 조각가 고 김세중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고 며느리의 조용한 후원자인 시어머니는 김남조 시인이다. 전시는 6월1일까지. (02)732-46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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