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담뱃값 인상 전제조건


정부는 과다한 흡연으로부터 국민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담뱃값 인상 추진에는 이면이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박근혜 정부 들어 복지지출은 대폭 늘어나는데 세수가 부진함에 따라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담뱃값에 포함된 간접세를 올려 조세저항 없이 세수를 확보하려는 '꼼수'라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

'조세저항 피해 세수확보' 꼼수 의혹

그러나 담뱃값 인상은 몇 가지 점에서 명분이 약하다. 우선 우리나라의 평균 담배가격(2,500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는 주장은 비교 대상이 잘못됐다. 경제규모가 우리나라의 3배 이상 되는 선진국과 환율 대비 원화로 단순 환산 비교한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를 비교하려면 경제규모, 1인당 국민소득(GNI), 흡연율, 흡연문화 등 비가격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


둘째, 담배에는 담배소비세·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담뱃값의 62%(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1,550원)에 해당하는 세금과 부담금이 붙는다. 담배 관련 세금과 부담금이 흡연자 소득의 크기와 관계없이 일정금액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그 부담이 역진적이라는 게 문제다. 담뱃값을 1갑당 2,000원 인상할 경우 증세규모는 연간 약 5조원에 달한다. 이 금액의 대부분이 저소득 흡연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다. 담뱃값 인상에 앞서 담뱃갑에 흡연경고 그림 표시, 금연구역 확대, 공익광고 강화 등 비가격 정책으로 흡연율을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 가격인상폭을 줄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련기사



셋째, 매년 7조원에 달하는 담배 관련 세금과 부담금에서 흡연자들을 위한 금연 관련 사업비는 턱없이 적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 1조9,000억원(2011년 기준)의 3분의2 정도가 국민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메우는 데 쓰이고 흡연자들을 위한 사업비는 전체 부담금의 1.3%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감소 추세다.

넷째, 담배가격이 오르면 일시적으로 흡연율이 떨어지겠지만 담배의 중독성을 감안할 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 실제로 지난 2001년 담배가격을 300원 인상했을 때는 흡연율이 9.4% 줄었고 2004년 500원 인상했을 때는 5.5% 감소했다. 담배가격 인상과 금연운동 효과로 한국의 성인남성 흡연율은 2008년 40.9%까지 떨어졌으나 2009년 43.1%, 2012년 49%를 기록하는 등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런 사례는 외국에도 많다.

공감대 형성 못하면 거센 반발 불러

다섯째, 우리나라는 담배가격의 62%가 세금과 부담금이고 나머지 38%가 담배제조 회사와 담배소매인 몫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담배가격의 70%)까지 세금과 부담금 비율을 올리면 담배가격의 8%(담배가격이 1갑당 2,500원일 경우 연간 약 9,000억원)만큼 담배회사의 수익이 줄고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적 수입이 늘어난다. 이만큼 담뱃값 인상폭을 낮출 여력도 생긴다.

정부는 담뱃값을 인상하기 전에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고 공감대를 이뤄내야 한다.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형식적 명분만 내세워 세수확보 목적으로 담뱃값을 대폭 인상했다가는 예기치 않은 저항에 부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