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재료값 고공행진 하는데…" 제품값 인상 입도 뻥긋 못해

[업계 채산성 악화 비상]<br>LPG- 공급원가 치솟아 연초부터 손실<br>철강- 해외철강 값 국내산보다 높아져<br>식품- 밀가루값 올리려다 정부 눈총만<br>항공- 中노선 유류할증료 인하 속앓이



국내 산업계가 정부의 가격인상 자제 방침과 현실적인 가격인상 압박 요인 사이에서 냉가슴을 앓으면서 특정 업종 내 회사들의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이 같은 손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본격화되고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아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 있어서다. ◇연초부터 손실 보는 LPG업계=액화석유가스(LPG) 수입 업체들은 연초부터 손실을 보고 있다. 국제 LPG 가격 상승 등으로 원가상승 압력이 크지만 실제 인상폭은 이를 모두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1월 국내 LPG 공급가격의 기준이 되는 지난해 12월 기간계약가격(CP)은 유가 상승과 유럽 이상한파 등의 영향으로 프로판가스의 경우 톤당 135달러, 부탄가스는 145달러 올랐다. 이는 사상 최대 인상폭이다. LPG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달 말에 2월 공급가격을 결정해야 하는데 국제가격 상승으로 인상이 불가피해보이지만 물가안정을 강조하는 최근 분위기 때문에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정유업계도 정부의 기름 값 인하 압박으로 원재료가 상승분을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일주일에 배럴당 1달러씩 오르고 있어 가격 인상 요인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부의 눈치만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퇴양난에 빠진 철강업계=아시아 지역 열연제품 현물 가격은 연초 톤당 620달러에서 현재 680달러까지 가파르게 상승하고 미주 지역 열연 가격 역시 톤당 720달러에서 800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연초 이후 불과 보름여 만에 10% 이상 뛴 셈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지난해 11월 저점을 기록한 톤당 560달러와 비교할 때 42%나 올랐다. 이처럼 국제 철강 가격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은 철광석와 유연탄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최근 열린 'CEO포럼'에서 "호주 퀸즐랜드의 홍수로 2ㆍ4분기 원료탄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원료가 상승분을 모두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철강업계가 2ㆍ4분기에 원가 상승 요인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으면 해외 철강 가격이 국내산 가격보다 높아지게 된다. 철강업계는 내수보다는 수출에 주력하게 되고 결국 철강제품 공급부족 현상을 빚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의 압박으로 가격인상에 실패하면 국내 철강업계는 사실상 자동차사와 가전사 등 수요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으로 비쳐져 통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기력한 식품업계=식품기업들의 무력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한 제분업체 관계자는 "이달 중순 몇몇 선두기업들이 밀가루 가격을 10%가량 올리기로 했다는 말을 언론에 흘렸다가 정부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사실 밀가루 가격은 지난 2년 동안 세 번이나 인하해 가격상승 요인이 많다"며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지난해 말 가격을 10%가량 올린 제당업체 사정도 마찬가지다. 공정위가 최근 설탕 가격에 대한 담합조사에 들어갔다는 말이 들리는데다 '설탕 가격을 올렸으니 다른 품목 가격은 낮추라'는 압박도 수시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제당업체 측은 "수백억원 적자가 나서 가격을 올린 것인데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항공업계도 속앓이=이날 국토해양부는 중국 산둥성 노선(칭다오ㆍ옌타이ㆍ위하이ㆍ지난)의 여객 유류할증료를 현재보다 50%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 국제선 노선 운수권을 배분하는 유관기관이 하는 정책에 이렇다 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유류할증료 인하는 항공업계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의 유류할증료 체계는 실제 유가 인상분의 40%밖에 보전이 안 되기 때문에 유가가 오를 경우 인상분의 60% 정도는 고스란히 항공사가 부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주요 항공업체들은 지난 2008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유가가 급등했을 때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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