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 칼럼] 물가안정은 친서민정책의 기본

정부가 올해 경제운영 목표로 5% 성장과 3% 물가를 제시했다. 세계경기 둔화와 유럽의 재정위기 등 여러 가지 불확실성,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 상승 등을 감안하면 성장도 물가도 힘겨운 수치이다. 게다가 최근에 이집트의 정정불안으로 국제원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한다. 올해는 연초부터 물가가 폭등세를 보인다. 이미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4.1%가 올랐다. 신선식품 가격은 무려 30.2%나 급등했다. 정부도 올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우려해서 연초부터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물가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물가 관리는 서민가계의 안정을 위해 가장 절실한 과제다. 소득이 없는 실업자ㆍ노인ㆍ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게 인플레이션은 치명적인 위협이다. 인플레이션은 가난한 사람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 올해 노인들의 연금은 2.9% 오른 반면 공무원 봉급은 무려 5.1% 올랐다. 실업수당이나 최저임금도 다소 오르지만 근로자나 자산가의 소득 증가율에 미치지는 못한다. 다시 말해서 서민계층은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피해자이다. 친서민정책이 이들을 보살피는 정책이라면 물가안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친서민정책이나 정치권이 구애하는 복지정책도 사실상 공허한 것이다. 우리 경제가 국제원유, 원자재가격 상승 및 차이나플레이션(chinaflation) 등 공급측면과 국제유동성 과잉 등 수요측면 양측으로부터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는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을 모두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 소비자물가는 올 들어서 첫 달에 이미 정부가 제시한 3%를 훌쩍 넘었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 어려움을 겪는 반면, 최근 기업들이 왕성한 투자의욕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삼성그룹이 사상 최대 43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는가 하면 다른 기업들도 투자와 고용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부가 성장과 일자리창출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데에는 재정건전성의 한계가 있다. 정부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재정을 긴축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자발적 투자확대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성장과 물가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기업투자이다. 따라서 정부도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무하고 무엇보다 친기업적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출범 초기의 국정기조로 복귀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초 많은 사람으로부터 '경제 살리기'의 기대를 받고 탄생했으나 임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친서민정책'과 '공정사회'라는 이슈를 통해 인기영합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정부의 개입과 역할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경제위기를 극복한 이상 이 같은 정부의 역할은 축소돼야 한다. 이런 정책은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친서민정책조차 어렵게 한다. 정부가 기업을 억압하면 저절로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가. 서민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보다 더 절실한 친서민정책이 있는가. 그러기 위해서 규제와 개입을 줄이고 기업경영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감세ㆍ규제개혁 등도 이뤄져야 한다. 규제의 전봇대를 뽑겠다고 장담하던 MB정부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이며 누구를 위한 친서민정책인가. 물가안정도 정부의 시장개입으로는 개선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개입이 줄고 기업활동이 활발해지면 성장과 물가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감세는 부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며 친기업정책은 기업에 유리한 정책이라고 보는 '진보적인' 시각이 있다. 그러나 친기업정책이 기업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물가를 안정시켜서 서민의 생활수준을 개선하면 이것이 바람직한 친서민정책이라고 하겠다. 친서민정책이 정치권의 인기영합적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물가는 안정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식의 정책과제가 아니다. 물가안정은 서민가계를 안정시킨다는 점에서 친서민정책의 기본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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