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들 "부실기업 관리 어떻게 하라고…"

법정관리 패스트트랙 도입에 부실기업들 워크아웃 아닌<br>법정관리 선택 가능성 높아 신용평가 기능 등 사라질 판

법무부가 법정관리 기간을 대폭 단축시키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하기로 하자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일몰 이후 부실기업 관리수단을 찾지 못한 금융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계는 특히 법정관리 패스트트랙 대상기업들이 대부분 워크아웃 후보기업들과 겹친다는 점에서 워크아웃 작업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부실징후가 있는 C등급(워크아웃) 판정을 받는 기업들이 채권은행의 워크아웃 작업이 아닌 법정관리 패스트트랙을 선택할 경우 채권은행들은 사실상 기업에 대한 채권자로서의 역할이 사라진다"며 "채권은행들이 진행하는 기업신용평가를 비롯해 워크아웃 작업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각 시중은행 기업금융 및 여신 담당자들은 최근 긴급모임을 갖고 금융감독당국에 기업신용평가와 법정관리 패스트랙 실시 등에 따른 구체적인 규준 마련을 요구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다음달 정기 기업신용평가를 앞두고 부실징후 기업 선정에 고민이 많아 금융당국에 해결책 마련을 은행권 공동으로 요구했다"며 "C등급으로 선정된 기업들이 채권은행에서 진행하는 워크아웃을 받아들이지 않고 법정관리 패스트트랙을 선택할 경우 채권은행 입장에서는 사실 제2의 LIG건설 사태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업들이 경영이 악화돼 부실징후가 발생한다면 은행에서 진행하는 워크아웃 작업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나서는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니냐"며 "법정관리 패스트트랙을 통해 금융권 대출을 다 변제 받고 6개월 내에 새 기업으로 탈바꿈시켜준다는 법원의 계획은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법정관리 패스트트랙 도입으로 채권은행의 기능이 사라질 판이라며 구체적인 기준과 구분이 없다면 정상적인 기업신용평가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법무부에 법정관리 패스트트랙 개선안 마련에 대한 의견서를 전달하기로 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과 금융당국 모두 법정관리 패스트트랙 실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법원에서 제도 개선을 해줄지는 의문"이라며 "구조조정의 근거법인 기촉법 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은행이 중심이 된 워크아웃 작업의 정상적인 진행은 지금으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채권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확정되는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토대로 다음달부터 정기 신용위험평가에 착수한다. 대상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기업으로 올해 2,000곳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