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침묵의 자살' 부르는 노인빈곤


최근 치매를 앓던 아내를 간병하다 지쳐 살해한 뒤 자살을 기도한 80대 노인의 사연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매년 약 4,000명, 하루 11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에서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자살자 4명 중 한 명은 노인이며 이 역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자살률 급상승은 최근 들어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노인자살은 예측이 불가능한 특성 때문에 '침묵의 자살'이라고 불리며 한 가지 사건에서 기인하기보다는 총체적인 삶의 상황이 종합된 결과로 발생하는 것이다.

노인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이혼이나 별거 등 가족해체, 경기침체로 인한 경제적 요인 등이 노인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독거노인의 경우 건강 문제, 생활고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공적연금 노후보장 못해

우리나라 노인의 소득수준은 전체 평균소득의 67% 수준이며 노인인구의 45.1%는 소득 중위값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빈곤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높은 이유는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가 부족해 근로소득이 적은데다 공적연금제도의 미성숙으로 노령연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노인인구 중에서 32% 정도인 180만명이 공적연금을 수급하고 있는데 월평균 수령액은 28만원 정도에 불과해 노후를 보장할 수 없다.


선진국의 경우 공적연금제도가 갖춰진 후 고령화가 진행됐지만 우리나라는 공적연금제도가 성숙되기 이전에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행됐기 때문에 노인빈곤율이 높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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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노인요양보험제도 시행으로 많은 노인들이 요양시설이나 병원에 머무르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인 부담 또한 적지 않다. 더욱이 노인인구의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므로 향후에도 그 부담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오랫동안 가족부양이 우리의 전통적 규범이었다. 최근에 시작된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사업은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전면적 보급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공공 부문에서부터 독거노인과 자매결연 등을 통해 이웃에 대한 관심과 유대를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

자녀부양 유도하는 현실적 방안 절실

자녀들이 노인을 부양할 수 있도록 그 자녀들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이 방법은 노인 고독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고 직접적인 금전적인 혜택이 주어지므로 가계에도 도움이 된다. 노부모를 부양하는 모범적인 가정이라는 자부심도 가지게 된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시설수용에 비해 상당한 예산 절감 효과가 있으며 나아가 근로자의 부담 또한 줄어들게 된다. 노인 입장에서도 가족과 더불어 생활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므로 생활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며 일방적으로 자녀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고 금전적인 지원이 더해지므로 좀 더 떳떳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적 이전지출을 계속 확대해나가는 방법은 한계가 있으므로 이전소득으로 인한 노인빈곤탈출은 어려울 것이다. 과거에도 하지 못했던 연금저축을 들라고 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모두를 위해 좀 더 합리적인 선택은 노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 등으로 노인들의 근로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혹자들은 젊은이의 일자리와 노인 일자리가 상충된다고 보는 경우도 있으나, 사회서비스 부문의 틈새를 찾아보면 노인에 의한, 그리고 모두를 위한 일자리가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의 소득을 재원으로 가난한 노인을 부양하기보다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근로소득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도록 하고 부족한 부분을 사회부조 등으로 보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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