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독버섯 처럼 번지는 부정·부패… 중앙정부 경고도 무용지물

[성장통 겪는 중국]<br>양적성장만 고집 질적발전 정체<br>정경유착 견제할 감독기구 없어 하루가 멀다하고 뇌물사건 터져<br>먹을거리 논란도 고질병처럼 반복

올해 초 중국에서는 10년 넘게 고속철 건설사업을 진두지휘해온 류즈쥔 철도부장이 고속철 입찰과정에서 2,850만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철도부는 고속철 사업을 외견상으로는 공개입찰인 양 했지만 미리 낙찰업체를 지정해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해당 공무원에 막대한 뇌물이 안겨졌고 뒷거래로 공사를 따낸 업체는 건설비용을 줄이기 위해 부실 공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저장성 원저우에서 발생한 고속철 차량 추돌사고는 이처럼 성장 제일주의에 가려진 중국의 만연한 부패와 안전 불감증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부패사슬과 공기단축에 얽매이다 보니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이중ㆍ삼중의 신호체계와 관제시스템 등 기본이 제대로 갖춰질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번 고속철 사고는 앞만 보고 고속성장에 매진해온 중국경제가 겪고 있는 후유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단기간의 양적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반칙ㆍ부패 등이 횡행하며 질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부정부패는 이미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퍼져 있다. 이달에도 중국 최대 이동통신 회사인 차이나모바일의 고위간부가 계약 입찰과정에서 11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집행유예를 조건으로 한 사형판결을 받았다. 국영 원자력 회사, 석유회사 간부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도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 쌀이나 소고기, 염색 만두 등 먹을거리 안전논란도 중국사회의 고질병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베이징에는 70여개의 골프장이 있지만 공식 허가를 받은 골프장은 2~3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당 간부와 공무원에게 골프회원권 제공 등 뇌물을 통해 당국의 묵인 아래 버젓이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정부가 사회불만을 초래하는 당 간부와 공무원의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천명하며 대대적인 사정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부패구조는 좀처럼 단절되지 않고 있다. 이는 중국의 유일 독재정당인 공산당을 견제할 감독기구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을 위시해 정부 부처, 성 정부, 국영기업 등 전국 350만여개 조직에 포진돼 최고위 인사 등 실권을 휘두른다. 균등성장을 목표로 내부부패를 척결하겠다고 공언하지만 공산당 조직과 간부 간에 끈적하게 얽혀 있어 실제 처벌은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엄정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당 독재의 현재 정치체제하에서는 구조적 부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공산당 일당독재를 유지하더라도 사회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체제의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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