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참을 수 없는 할인의 가벼움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때문에 고민이 많은 주부들은 요즘 대형마트 할인 광고만 보면 장보러 갈 맛이 날 것 같다. 지난달 말부터 대형 유통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값을 내리는 품목도 신선식품, 생필품 등 생활 물가와 밀착된 것들이라 주부들 입장에서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통업체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할인에 나서지는 않을 텐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익을 본 것일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 눈속임이나 미끼 할인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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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게 없는 법일까. 대형마트들이 대대적으로 할인 행사를 홍보하고도 물량이 부족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대형마트 홈페이지마다 할인상품 좀 사려고 갔더니 다 동나고 없더라는 불만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안양 평촌에 사는 직장인 주부 성모(33)씨는 지난주 퇴근 후 집 근처 A마트에 장을 보러 들렀다가 허탕을 친 경우다. 팽이버섯을 980원에 판매한다는 전단 광고를 확인하고 갔지만 물건은 이미 '품절'된 상태였다. 성씨는 "소비자 물가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TV에, 신문에, 전단지까지 여기저기에 다 떠들어놓고 정작 매장이 물량이 없는 것은 무슨 경우냐"면서 "행사 목적이 방문 유도냐"며 언짢아했다.

대형마트의 온라인 쇼핑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B마트의 온라인 몰에는 현재 할인 행사하는 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정상가 대비 할인율도 눈에 띄게 표현돼 있다. 그러나 정작 제품을 구매하려고 클릭하면 "품절된 상품입니다. 빠른 시간 내에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문구만 뜬다.

대형마트들이 물가 안정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로 할인 행사를 통해 자체 이윤을 조금씩 줄이면서 소비자에 혜택을 주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할인을 미끼 삼아 소비자를 현혹하는 영업 관행은 이제 '철 지난 유행'으로만 여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잖아도 고물가로 짜증난 소비자들이 미끼 할인에 더 뿔(?)나기 전에 말이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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