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술에서 생활로] 친환경 제품 봇물

옥수수로 만든 USB·태양광 충전 휴대폰…<br>BEYOUND IT (1부-3) 자연으로 돌아가다<br>소비전력 낮추고 이산화탄소 발생 줄여 '일석이조'<br>국내업체도 전담기구 잇단 신설등 '그린경영' 박차


'옥수수로 만든 USB, 가장 마시기 좋은 상태가 되면 알람을 통해 자동으로 알려주는 샴페인병, 전력소모가 거의 없는 넷북.' 지난 3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 관련 전시회 '세빗(CeBIT)'에서는 '그린 제품'이 홍수를 이뤘다. 지금까지 '전기 먹는 하마(power hogs)'로 불렸던 정보기술(IT) 제품들이 온통 녹색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것. IT 업계는 왜 이처럼 그린 제품에 신경을 쓰고 있을까. 경영의 패러다임이 과거와 많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면서 각국의 환경규제가 심해지고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IT 업체들은 친환경ㆍ에너지절약형 제품들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쬐고 걸으며 충전' 에코(eco) IT가 뜬다='10분을 충전하면 3분을 사용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나 태양열온수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휴대폰 얘기다. 최근 IT 관련 국제전시장에 가면 어디서나 '태양의 향연'이 벌어진다.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 콩그레스(MWC) 전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ㆍZTE 등 3개 휴대폰 업체가 태양광 패널을 장착, 햇빛을 받으면 충전되는 휴대폰 '블루어스'와 '에코폰'을 동시에 선보여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직 '콘셉트폰' 형태이기는 하나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획기적인 제품이다. 또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09'에서는 태양열과 풍력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에코 스카이 충전소'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같은 태양광 충전은 이미 외국에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실제로 일본의 태양광 충전 보조 배터리 '에코 2'는 벌써 수십만개 이상 판매됐으며 태양광으로 사용하는 노트북 컴퓨터도 벌써 3년 전에 등장했다. 자연의 힘을 이용한 발전 외에 소비전력을 낮춰 이산화탄소 발생을 간접적으로 줄이는 IT 제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펜린'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이 급속히 느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텔이 2007년 11월에 내놓은 차세대 컴퓨터 프로세서 펜린의 경우 구동속도는 20% 빠른 대신 소비전력은 30%나 절감할 수 있어 효율적인 중앙처리장치(CPU)로 떠올랐다. ◇'환경친화경영' 전담기구 설립 봇물=국내 전자ㆍ통신업체들의 그린 경영을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특히 삼성전자ㆍLG전자ㆍSK텔레콤ㆍKT 등 IT 리더들은 환경 관련 전문조직을 신설하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KT는 이석채 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그린IT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친환경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그룹 인프라의 전력과 연료를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 지열난방, 태양광 와이브로 기지국, 태양광 발전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화상회의를 활용해 연간 약 900억원가량의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계획이다. SK텔레콤도 올해 임원급 관리자가 참여하는 '환경위원회'를 설립하고 자체 제조한 친환경세제 무상 제공, 종이 없는 전자청구서제도 도입, 2,000여개 매장 간판조명의 친환경 LED 램프 교환 등을 실천해나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업체들은 보다 적극적이다. 이들 기업은 당장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받기 때문에 그린 경영 자체가 제품의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삼성전자는 제품의 모든 측면에 환경영향 정도를 평가하는 '에코 디자인'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매단계에서의 환경친화부품 구매, 청정 생산공정 도입, 폐기제품 회수 및 리사이클링센터 운영 등 제품 생산부터 회수까지 전공정에 '녹색'을 입히고 있다. LG전자 역시 2006년부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책임자로 하는 '에코디지인위원회'를 설립, 각국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선진국 비하면 아직도 걸음마단계=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그린 IT 분야의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IT 부문의 가장 대표적인 에너지 소비 산업인 IT 서비스업의 경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김기종 산은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얼마 전 '친환경 그린 IT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경제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전세계적으로 IT 산업의 주역이 IT 제조업에서 IT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IT 서비스 업계의 친환경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황성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신대체에너지 개발에 앞서 에너지 사용의 고효율화가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IT 부문의 적극적인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연구진흥회도 최근 한 연구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정부의 그린 IT 정책은 일본보다 8개월 이상 뒤져 있다"며 "앞으로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확립과 기술개발, 그리고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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