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해 9월부터 이어온 금리인하 행진을 멈추고 앞으로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맞춰 긴축기조로 전환할 것임을 시사했다. FRB는 2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2%로 동결했다. FRB가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유지한 것은 9개월 만이며 지난해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신용위기가 폭발한 후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7차례에 걸쳐 3.25%포인트 인하했다. FRB는 FOMC 회의 후 성명서에서 “경제 성장 둔화의 리스크는 어느 정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은 증가하고 있다”며 지금은 금리를 동결하지만 앞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FRB의 정책 기조 변화는 ‘에너지와 다른 상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종전의 성명서 문구를 없애는 대신 ‘에너지 및 다른 상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새로운 표현을 사용한 데서도 확인된다. 미 경제전문방송인 CNBC은 “이번 회의에서 FRB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인상할 토대를 닦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경기둔화에 대한 경계감은 줄었다. FRB는 비록 고용 및 주택시장이 위축되고 빠듯한 신용시장에 대한 우려를 성명서에 담긴 했지만 “전반적인 경제활동은 다소 견고한 가계소비를 반영, 지속적으로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당초의 우려와 달리 0.9%를 기록하는 등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관심은 FRB가 언제쯤 금리를 인상하는지 여부다. FRB는 일단 다음 회의가 열리는 오는 8월에는 동결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FRB는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앞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종전 입장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점을 간접 시사했다. 금리인상 시기는 페드워처(FRB 분석가) 사이에 엇갈리고 있다. 이르면 9월부터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부터 늦으면 내년 봄에야 긴축기조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긴축기조 돌입 시기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상폭, 11월 대선 등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계속 치솟는다면 조기 긴축이 불가피하지만 연말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가하면 거품 붕괴를 예측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석좌교수는 “물가상승과 경기둔화, 신용위기라는 3대 악재를 한꺼번에 직면한 FRB로서는 당분간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행보도 FRB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7월 중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가 약세가 되고, 따라서 수입물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미국은 금리인상 압박을 받게 된다. 금리인상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은 이날 리포트를 통해 “대선이 치러지는 11월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업률이 떨어지는 등 경기가 뚜렷한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는 한 대선을 앞두고 금리를 인상하기는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채권투자의 귀재인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연말까지 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