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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 임대주택의 연기금 매각방안을 마련한 것은 현실적으로 정부의 재정 투입을 통한 부채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대안이다.
저금리 상황이 계속되고 주식이나 채권 수익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연기금에 임대주택을 매각하겠다는 방안은 일단 '아이디어' 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투자 수익률 보장이나 적정 매각가격 등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방안"이라면서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은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정 수익률 보장하려면 임대료 상승 불가피= 연기금에 임대주택을 매각해 부채 규모를 줄이겠다는 LH의 방안에서 관건은 연기금에 당근을 제시하느냐다. 연기금이 주로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는 부동산 자산은 오피스 빌딩이다. 오피스 빌딩의 경우 지역과 물건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3~4% 정도의 연간 수익을 올리고 있다. 결국 연기금을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 정도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국민임대주택 건설비용은 전용 39㎡가 1억1,400만원 정도다. 이 주택을 임대할 경우 평균 보증금은 1,900만~2,000만원, 월 임대료는 17만원 정도. 연간 수익률이 2.5%선에 불과하다. 결국 연기금이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거두기 위해서는 임대료를 더 올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기에 임대주택 운영과 관리를 맡는 특수목적법인의 수익까지 감안한다면 임대료 인상은 LH의 부채해결방안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민임대주택 등 LH가 보유한 임대주택의 수익성으로는 연기금이 참여할 유인책이 될 수 없다"며 "결국 매각가격을 낮추거나 임대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데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부채 방치할 경우 주거복지 정책에도 악영향 …"정부도 해결 나서야"= LH는 임대주택 등 주거복지 사업으로 발생한 부채는 정부의 지원을 통해 해결하기를 요구해 왔다. 애초 임대주택을 정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재정문제와 관련 제도 개선 문제로 임대주택 매각 상대를 정부에서 연기금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번 방안은 정부가 LH 부채 해결 지원을 거부한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LH가 연기금을 이용한 임대주택 매각방안을 내놓은 것도 38조원에 달하는 임대주택 사업 관련 금융부채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LH의 전체 부채 해결이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가 LH의 주요 수입원인 분양주택 공급을 줄이기로 한데다 행복주택 등 핵심정책사업 역시 LH가 추진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LH의 부채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주거복지정책을 제대로 펼쳐나가기 위해서라도 LH의 부채해결에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LH 부채문제를 방치할 경우 현 정부의 주거복지정책 전반이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며 "LH에만 부채 해결 문제를 맡겨놓기 보다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