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9일 발표한 `4월 소비자전망 조사결과'는 소비심리가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소비자기대지수가 3개월째 하락해 기준선인 100선 아래로 뚫고 내려올 태세인데다 소비자평가지수도 8개월만에 내림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심리 위축이 한국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곧바로 경기하강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 소비자기대지수 100선 붕괴 초읽기
소비자기대지수가 100.6으로 전월의 103.4보다 2.8포인트나 급락했다는 점이 이번 통계에서 주목됐다.
기대지수는 지난 1월에 104.5로 정점을 찍은 뒤 3개월째 하락해 100선을 코앞에두고 있는 것이다.
국제유가 고공행진과 환율 급락 현상이 지속된다면 다음달에는 기대지수가 100선 아래로 내려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불규칙한 요인들을 제거한 계절조정 기대지수는 96.6으로 이미 1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작년 6월 96.5로 저점에 도달한 계절조정 기대지수는 7월 97.8, 8월 99.0, 9월100.7, 10월 104.4, 11월 105.7, 12월 106.4로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1월 102.8, 2월 100.8, 3월 100.7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소득계층별로 봐도, 월소득 100만원 미만을 제외한 나머지 계층의 기대지수도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고 연령별로도 2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 경기 하강하나
정창호 통계청 통계분석과장은 "기대지수는 실물경기에 비해 3∼4개월 선행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경기 하강이 뚜렷해질 수 있다.
기대지수 하락은 소비심리 위축을 뜻하는 것이고 이는 소비가 경제성장에 큰 도움을 못 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중에 경기가 고점을 찍고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소비가 어느정도 지탱을 해주기 때문에 경기가 내려가더라도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만큼 내년에도 5%의 성장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나드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원.달러 환율이 920원대까지 떨어지는 불안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경기 하강곡선이 예상보다 가파를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경제정책이 표류할 경우 경제 하강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전문가들 소비경기 본격 하강 여부 의견 엇갈려
전문가들은 고유가나 환율 하락 등에 의한 소비심리 위축이 내수 경기의 본격적인 하강 국면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외 변수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지, 아니면 경기순환의 일시적인 국면으로 끝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유가등 대외변수의 영향이 큰 만큼 이들 변수의 향방이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거시경제팀장은 "고용회복이 지지부진한 데다 고유가 및 환율하락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우리 경제의 확장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소비심리 위축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위원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어 내달에는 소비자기대지수가 기준치인 10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문제는 한번 기준치를 하회하면 다시 회복되기까지 보통 6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만일 내달에 100 밑으로 떨어지면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 연말이나 기준치를 회복할 것이라고 주 연구위원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