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이 불안하다는 브라질에서 출장의 유일한 낙은 TV 시청입니다. 포르투갈어는 낯설어도 남미 중계진 특유의 열정적인 해설이 돋보이는 그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보다 보면 금방 새벽이 옵니다. 경기도 경기지만 광고도 경기만큼 재미있습니다. 죄다 월드컵을 소재로 한 광고들입니다. 광고모델 중 상당수는 브라질 대표팀 스타들이고요.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이들 스타에 대한 브라질 국민의 인식이 어느 정도 짐작이 갑니다. 통산 1,281골의 말도 안 되는 기록의 소유자 ‘축구황제’ 펠레는 국가적 영웅답게 안 나오는 광고가 없습니다. 마트 광고에서부터 심지어 샴푸 광고까지 가리지 않고 다 나옵니다. 가만히 앉아서 4년 마다 대목을 맞는다는 말이 과연 맞는 것 같습니다. 네이마르는 ‘축구 아이돌’답게 스포츠용품업체는 물론 통신사, 헤드폰, 음료, 아이스크림 등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들의 광고는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브라질이 낳은 또 다른 불세출 스타 우리의 호나우두(포르투갈의 호날두가 아닌 2002년 월드컵 우승 주역)는 광고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은퇴한 지 3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그냥 ‘뚱보 아저씨’로 통하나 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은퇴 뒤 몸무게가 120㎏에 육박해 TV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었죠. 한 브라질 주민은 “펠레는 누구든 인정하는 전설이고 네이마르는 요즘 가장 뜨거운 국민적 스타다. 하지만 호나우두는 몸무게 때문에 조롱의 대상으로 비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하더군요. 펠레는 과거 화려한 여성편력으로 유명했고 네이마르도 그에 못지않지만 브라질 국민의 스탠드는 ‘소 왓(So What)?’이라고 합니다. 그 놈의 살 때문에 호나우두만 홀대 받는 것 같아 어쩐지 좀 쓸쓸해집니다. 오늘도 호나우두는 인터넷 포커사이트 광고에서 해맑게 웃고 있습니다./migu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