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과 P5+1(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독일)이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다자협상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란은 2주일 내에 새로운 우라늄 농축시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사찰하도록 허용하고 이달 내로 핵 관련 추가협상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 대해 "진지하고 유의미한 합의를 향한 건설적인 시작"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실질적인 승자는 아마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일 것이다. 대선 부정선거를 자행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재선거를 요구하는 국민여론을 힘으로 누그러뜨리고 끝내 재집권을 달성했다. 미국 등 서구는 이러한 이란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하기를 거부했지만 이란이 이번 회담에 세계적인 강대국과 동등한 지위로 참여하게 되면서 정당성도 자연스럽게 회복됐다.
"우라늄 농축시설의 사찰을 허용하겠다"는 이란의 양보안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란은 남부 콤(Qom)지역의 핵 시설에 저장된 문제의 물질을 치워버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때문에 IAEA 실사단이 사찰을 시행하더라도 아무것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은 미국과 협상을 하기 위해 과거에도 우라늄 농축시설의 제재를 먼저 내걸어왔다.
이란은 수년간 유럽과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외교적 술수를 발휘해 핵 개발 프로그램을 진전시켰다. 오바마 정부 역시 이란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 잠재적인 위험의 대가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이란이 북한의 전례를 답습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증거를 종합할 때 이란 정권이 핵을 포기할 의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핵무기는 현 정권에 새로운 힘을 선사하며 미국으로부터 요구사항을 얻어내는 데도 필요하다. 미국 국가정보평가(NIE)는 2007년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 동결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독일과 영국 정보기관은 이란이 그동안 핵탄두 개발을 은밀히 진행해왔다고 추정한다는 언론보도가 지난주 있었다.
이란의 핵 무기 보유에 대처하려면 리비아 모델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자 핵 포기로 정권의 생존을 더욱 보장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핵을 완전히 포기한다고 밝혔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등 이란 지도자들도 결국 자신들의 미래가 이렇게 될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